러시아의 박격포 파편에 두 눈을 잃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절망 속에 빠졌던 그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최근 결혼한 우크라이나 퇴역 군인 이반 소로카(27)와 아내 블라디슬라바 랴베츠(25)의 사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오후 키이우 인근 농촌마을인 보르트니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말끔한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 소로카는 새하얀 부케와 웨딩 드레스를 입은 랴베츠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전장에서 시력을 잃고 퇴역한 소로카는 사고 직후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상을 입은 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이 '지금의 나를 누가 원하겠느냐' 였다. 하지만 랴베츠가 아픈 그의 곁을 1년 간 지켜줬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6일 온라인 데이트앱을 통해 처음 만났다. 당시 군인 신분으로 폐렴 치료차 군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는 자폐아동을 돌보는 일을 하던 랴베츠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적극 구애했다.
이어 두 사람은 6주 만에 연인으로 발전했다. 장난처럼 풀잎을 엮어 만든 반지를 교환하며 마음을 나누던 시간도 잠시, 8월 2일 소로카는 진지가 파괴됐다며 예비 진지로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의 부대는 밤 중에 퇴각을 시작했고, 동틀 무렵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
당시 포격으로 소로카는 눈에 파편이 박혀 시력을 잃었고, 다리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다리는 절단하지 않았다. 전화기도 폭발의 여파로 고장나면서 랴베츠는 소로카와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그의 휴대폰 유심칩을 다른 휴대폰에 꽂아줘 연락이 닿을 수 있었지만, 소로카는 자신을 찾아온 랴베츠를 더 이상 두 눈에 담을 수 없었다. 하지만 랴베츠는 그가 퇴원할 때까지 1년 간 매주 주말마다 병원을 찾아왔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줬다.
랴베츠는 “소로카의 눈이 낫고, 시력이 돌아오기만을 바랐다”면서도 “안타깝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내 결정을 흔들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로카는 “이제 랴베츠와 앞으로 나아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하며 일자리를 찾고, 랴베츠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