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과 현대홈쇼핑이 방송 송출 중단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시청자 보호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방송 유지에 합의하고, 막판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이에 따라 극단으로 치닫던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TV 송출 수수료 갈등이 분수령을 맞이했다. 두 회사간 합의가 타사 협상에 영향을 미치면서 업계간 갈등이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두 회사간 채널 송출 중단(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결과는 시청자 피해를 우려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에 따른 결과다. 당사자인 기업들 역시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LG헬로비전은 CJ온스타일과도 송출 중단을 막기로 합의를 이끌었다. 올해 송출 중단 없이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늦어도 연내 협상 결과를 반드시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프로그램 송출 재계약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 정도다.
물론 이번 합의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시장을 감안할 때 단기처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으로도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TV 송출 수수료 갈등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방송 활성화, 지상파 방송 시청률 하락, OTT 영향력 확대 등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체질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LG헬로비전과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 합의로 홈쇼핑 방송 송출 중단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잠잠해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 롯데홈쇼핑과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도 새로운 계약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NS홈쇼핑도 LG유플러스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협의체에 오르는 첫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계약 공정성을 따지게 된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사업자간 합의로 송출 중단에 따른 피해가 시청자에게 전가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혼란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들이 객관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