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 국적의 재외동포를 속되게 칭하는 말이다. 한국계인 재한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 해외 영주권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대한민국 내에서 편법·탈법적으로 악용해 이득을 누리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착공이 연내 추진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10일 롯데바이오로직스 메가플랜트(거대 생산공장) 계획을 조건부 가결했다. 이로써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개 메가 플랜트, 약 36만ℓ 항체의약품 생산 가능한 규모의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송도는 주요 바이오 기업이 있는 명실상부한 바이오 클러스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자리잡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진출은 우수한 바이오 벤처,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며 동반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롯데는 송도에 진출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을 해결했다. 송도에 터를 잡으려면 '외국인 지분율 최소 10% 이상'을 유치해야 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일본 롯데그룹 지분을 약 20%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과연 일본 롯데그룹 지분을 외자로 인정할 수 있냐는 부분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일본 롯데 지분을 외자로 인정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산업부에서 확인이 끝난 만큼 문제가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성됐다. △취득세·재산세 감면 △임대료 감면 △인프라 조성 비용 국비 지원 등 여러 혜택도 주고 있다. 유권해석으로 일본 롯데가 외자 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국민 정서법상 '검은머리 외국인' 같은 느낌을 완전히 지우기 쉽지않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속 충돌하고 있다. 인력 빼가기 논란에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신규 공장 부지 위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로 옆에 자리하면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을 딛고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우뚝 서려면, 지속해서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협업하며 성과를 보여야 한다. '무늬만 외투'라는 지적을 벗어나는 것 역시 롯데의 몫이다.
이제 시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로슈그룹' 진단사업부인 '로슈진단'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도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회사로 거듭나 지역 고용 창출, 경제활성화 등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