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 r국가온실가스(NDC)목표달성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기 소형화물차 보급사업의 환경개선 효과가 투입 예산에 비해 저조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년 전기 승용차 대비 3배 가량 많은 보조금이 책정돼 보조금 배분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교수 연구팀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율적인 소형화물차 보급 정책 연구'를 통해 전기 소형화물차가 전기 승용차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는 주력 연료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했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산출했다.
우선 화물차의 생애주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경유차 5만2042㎏, 전기차 4만4769㎏이다. 경우 화물차를 전기로 전환했을 때 대당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7273㎏이다.
휘발유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만5630㎏, 전기 승용차는 1만8294㎏로 전환시 얻는 감축량은 7336㎏이다.
경유 화물차와 휘발유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했을 때 승용차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두 차종을 직접 비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는 더 커진다.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전기 승용차가 전기 화물차 대비 2만6475㎏나 적다.
연구팀은 소형 전기화물차의 경제성 즉, 환경편익도 분석했다. 경유, 전기 소형화물차의 생애주기를 출고부터 폐차까지 약 17.3년으로 놓고 환경에 미치는 피해 정도를 비용으로 산출했다. 그 결과 경유차의 총 환경피해비용은 435만원, 전기차는 232만원으로 나타났다. 소형 경유 화물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때 얻을 수 있는 환경편익이 대당 203만원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현 소형 화물차의 구매 보조금은 과도하다는 결론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전기 소형 화물차 국비 지원금은 1100만원으로 책정됐다. 환경편익 대비 5배, 전기 승용차 구매 보조금 400만원 대비 3배 가량 많다. 총 예산은 6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만대 늘어난 6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기준으로 16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은 지역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소상공인 등 특별지원 대상은 국비 보조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받는다. 소형 전기 화물차 가격이 4000~4300만원 가량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반값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전기 화물차의 주행거리는 200~240㎞, 배터리 전압은 330V로 전기승용차의 60% 수준에 그친다. 100kW 급속 충전기로 충전시 속도가 일반 전기승용차 충전속도의 50%~60%에 불과하다. 주행거리가 짧지만 주행빈도가 많은 화물차 특성으로 인해 충전기 점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도 매년 이 같은 문제로 환경부에 전기 화물차 보급 속도조절을 요구해왔다. 경제성, 환경 측면에서 보조금이 과도하다는 근거까지 나오면서 올해 예산 논의 과정에서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연구에 참여한 전호철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 승용차로 전환 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이 전기 화물차 전환 시보다 오히려 조금 높은데, 전기화물차의 보조금이 배 이상 높아 예산 배분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배진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전기화물차가 경유화물차에 비해 탄소 배출을 압도적으로 감축하지도 못하며 초미세먼지는 오히려 더 많이 발생시킨다”며 “현재의 전기차 보급 지원 방식이 가장 적절한 재정지출 방식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기차의 경우 연료에 대한 세금과 보유세 등 조세체계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지원을 해주게 된다면 과도한 지원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총괄한 이 교수는 “전기차에 대한 구매 보조보다는 인프라 지원의 비중을 높여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영국의 경우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폐지했으나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재정을 집중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