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지상서 우주환경 모사해 '우주용 반도체' 성능 시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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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경주)에 구축된 우주환경모사장치

인공위성 등 우주에서 사용될 장치·부품 개발을 위한 사전 시험대가 국내에 구축됐다. 우주 방사선 환경까지 모사한 것은 국내 최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활성화에 큰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단장 이재상) 가속기개발연구부는 우주에서 사용할 장치·부품의 성능을 지상에서 시험해 볼 수 있는 우주환경모사장치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우주에는 진공 상태와 극한의 온도 뿐 아니라 강력한 우주 방사선이 존재한다. 태양이나 별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양성자, 심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입자 등 다양한 우주 방사선은 인공위성, 탐사선의 오작동을 일으킬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

우주·항공용 반도체 오작동 원인의 약 30% 가량은 우주 방사선이 반도체 소자에 충돌하며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자 등 여러 부품과 소재들은 방사선 시험을 통해 그 성능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는 인공위성 주위의 우주환경과 유사한 온도, 진공 상태를 구현해 인공위성용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었으나, 방사선 환경까지 구현할 수 있는 장치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의 온도와 진공 환경뿐 아니라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방사선 환경까지 모사할 수 있는 우주환경모사장치 개발에 나섰다. 202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 8월 구축을 완료했다.

양성자 가속기는 수소의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떼어 낸 뒤 전기를 가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연구원이 보유한 국내 하나뿐인 선형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는 1초당 1.2 경이라는 엄청난 수의 양성자를 조사할 수 있다.

특히, 입자 방사선의 일종인 양성자 방사선은 위성 궤도 기준으로 우주 방사선의 약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양성자 빔 조사를 통해 우주·항공용 반도체를 사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영하 55도에서 영상 125도에 이르는 온도 환경, 10-5 Torr(토르, 압력의 단위) 이하의 진공 환경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에 빔 창(Beam window)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온도, 진공 환경에서도 100 MeV(1억 전자볼트, 1.5볼트 건전지 6700만개 에너지)급의 양성자 빔이 조사되도록 했다.

이번에 구축된 우주환경모사장치는 시운전을 거쳐 산업계 등 이용자에게 개방된다. 우선 인공위성에 사용될 부품 및 소재 개발 등을 위한 우주환경 시험 시설로서 우주 산업 부품 국산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양성자과학연구단 이재상 단장은 “경주 양성자가속기가 국내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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