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창출 대신 '임상진료'로 간소화
평가체계 '선진입 의료기술'로 일원화
임상근거 부족하면 '4년 후 퇴출'
보건복지부가 디지털 치료기기(DTx) 등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식약처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간 이중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근거창출 절차는 '임상진료'로 간소화하고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 평가 절차를 '선진입 의료기술' 평가로 일원화한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규제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구체 개선안은 다음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새로운 의료기기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판매를 우선 허용한 다음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다. 선진입 대상 선정 후 연구계획서 제출·보완 과정에 수개월이 걸려 실제 임상현장 진입이 까다롭고 근거창출전문위원회 제출을 위해 3차 의료기관에서 별도 임상을 수행해야 하는 규제가 혁신기술 진입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거세게 받아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혁신의료기술 고시 후 연구계획 심의 등 필수로 거쳐야 하는 후속 절차를 '선택적 연구수행'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침습적 기술 중 장기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별도 선별해서 연구계획 등을 심의하게 된다.
사용 기간은 기존 최대 3년(일부기술 최대 5년)에서 최대 4년으로 확대한다.
현재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제한적 의료기술로 나뉘어 구조가 복잡한 선진입 의료기술 평가제도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을 통합해 간소화한다. 안전성 우려가 덜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술 대상으로 비교 임상 없이도 식약처 허가 임상이나 성능보고서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토록 요건을 완화한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는 현행을 유지하되 내년에 개설하는 '선진입 의료기술 통합관리 정보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해당 시스템은 실사용데이터(RWD)를 체계적으로 축적·분석해 정보화 기반 선진입 의료기술평가 업무 수행을 지원한다.
3차 의료기관·특정 진료과목으로 제한돼 원성을 샀던 임상 실시기관은 제약없이 다양한 기관에서 RWD를 확보할 수 있도록 완화한다. 분기별로 수행해야 하는 '사용 신고·수행현황 보고' 주기는 월별로 단축해 대응력을 높인다.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환자 알권리와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최대 4년간의 사용기간 후 환자 위해 수준이 높거나 중대한 이상반응 등이 발생하면 평가유예 중단· 기술 재평가에서 '사용 중단'으로 수위를 높인다.
이같은 방안은 기존 혁신의료기술 심의 건에 일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중장기로 비침습적 의료기기 중 식약처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간 중복 평가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평가 절차를 완화하거나 기존 기술로 분류해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할 방침이다. 복지부 고시에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불편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홈페이지 공고 등으로 대체해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이는 방안도 살필 예정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모니터링 절차와 보고 주기 등은 일원화해서 간소화하되 환자 안전관리와 부작용 모니터링은 강화하겠다”며 “혁신 의료기술이 더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도록 지원하는 만큼 기업이 자율적으로 의료인과 전문가가 납득할 수 있는 임상근거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고 환자 안전관리와 보고 절차를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4년의 평가유예 기간 이후 시장 퇴출이 결정되는 상황을 크게 유의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으로 광범위하게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은 좋지만 근거창출 노력과 안전성 모니터링은 기존보다 강화하는게 좋다”고 제언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디지털 치료기기, 인공지능(AI) 기기 등 일부 비침습적 의료기기에 한정돼 침습적 기기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아쉽다”며 “침습적 의료행위도 위험성이 각기 다른 만큼 위험성이 낮은 침습적 의료기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