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인류 사상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의 제트에서 방출되는 자기장 강도 측정에 성공했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은 한일 공동 국제 연구팀이 M87 블랙홀 제트의 자기장 강도 추정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블랙홀의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으로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과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천문학계는 블랙홀로부터 방출되는 제트의 형성에 자기장이 깊게 관여할 것으로 추측한다.
지금까지 제트의 자기장 강도는 제트 밀도가 높은 블랙홀 근처에서만 제한적으로 추정할 수 있었는데,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제트의 자기장 강도를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는 천문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일본국립천문대의 일본우주전파관측망(VERA Array)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7개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활용했다. 22㎓와 43㎓ 주파수대로 준동시 관측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제트가 방출되는 과정에서 제트 내 플라즈마가 냉각되는 싱크로트론 복사냉각(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을 분석해 자기장 강도 추정에 성공했다. 복사냉각은 자기장 강도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서로 다른 주파수대에서 관측한 복사냉각 분포를 분석하면 자기장 강도를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 블랙홀로부터 약 2-10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제트의 자기장 강도를 0.3~1가우스(Gauss)로 추정했다. 이는 M87 제트의 자기장이 블랙홀 중심부에서부터 약 10광년 거리까지 방출되는 동안 다른 외부 요인으로 인해 크게 소실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노현욱 천문연 박사는 “초대질량블랙홀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제트의 자기장 강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제트 자기장의 전반적 분포를 파악하고 기존 제트 이론 연구와 비교해 제트 형성 기작을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여러 주파수 관측 비교 분석은 제트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기법”이라며 “블랙홀 연구는 여러 주파수대 동시 관측이 가능한 KVN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동연구와 성과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Astrophysics)에 지난 5월 24일자로 실렸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