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사형투표’가 던진 화두…올바른 정의는 무엇인가

Photo Image

‘국민사형투표’ 2023년 꼭 봐야만 하는 드라마다.

SBS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극본 조윤영 연출 박신우 제작 ㈜팬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S)는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 미상의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국민 참여 심판극이다. 8월 10일 1회 이후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되며 목요드라마 시청률 1위 행진 중이다.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국민사형투표를 주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국민사형투표라는 것은 현실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국민사형투표’는 ‘개탈’이 만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악질범의 생사여탈권을 부여하고, 국민들에 의견에 따라 사형을 집행한다.

이는 시청자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드라마 속 상황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극악무도한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이에 여기저기서 “저런 놈들은 죽어 마땅하다”,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등 탄식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악질범들을 법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다니, 그 처벌 여부를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한다니 이보다 짜릿한 사이다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속 국민사형투표는 짜릿하고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가 아니다. 극중 개탈은 자신의 방식이 ‘올바른 정의’라 외치며 무자비하게 살인을 이어간다. 살인의 대상자가 악질범일 뿐 개탈이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대한민국 경찰과 사법부를 불신한다는 개탈의 외침이, 그가 주장하는 ‘올바른 정의’가 진정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이는 ‘국민사형투표’ 2회 엔딩과 3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김무찬(박해진 분)이 ‘정의’에 대해 언급하며 개탈을 도발했지만, 개탈은 보험살인범을 죽이기 위해 김무찬도 함께 탑승해 있는 자동차를 폭발시켰다. 이후 국민들의 반응은 개탈을 옹호하는 측과 개탈을 비난하는 측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주현(임지연 분)은 이 같은 엇갈리는 반응을 두고 “개탈은 살인자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또 행여 개탈이 국민사형투표를 정의로운 이유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 파급력까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 국회의원 민지영(김유미 분)은 개탈의 방송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개탈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 다짐한다. 개탈과 국민사형투표를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탈은 자신의 국민사형투표가 이렇게 오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극악무도한 범죄가 난무하는 2023년 대한민국. 가해자의 합당한 처벌은 피해자를 위해서는 물론,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막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반드시 옳은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것을 고려한 처벌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올바른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사형투표’는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