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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운용 상품 항목, 플랫폼 계약 수수료율, API 방식 등 여러 난관을 해결했지만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표준API에 제공되는 정보범위를 놓고 업계의 입장 차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보험업계는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핀테크업계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보험업계 “모든 필수 정보제공...표준API로 효율화 높여”

보험업계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표준API 상세 명세서에 포함된 보험료 산출과 일부 특약 정보 등으로 충분히 소비자에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 개별 특약 정보까지 제공해 표준API 방식에서 우려했던 '정보공백' 문제도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보험다모아' 서비스와 차별점도 확실하다. 보험다모아는 보험상품 비교 기준이 대부분 특정 연령·성별·직업으로 설정돼 개인 맞춤형 보험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보험사별 공통된 항목만 제공하는데다, 개별 특약 반영도 불가해 사실상 서비스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이번 표준API에는 보험사별 특약도 제공해 일종의 교집합 형식이었던 보험다모아와 달리 합집합 형태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에서 정보 누락없이 모든 보험사의 상품 비교·조회가 가능해지고, 소비자 편익도 충분히 살린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출시 및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핀테크 업체별로 요구하는 추가 정보도 다른데다, 보험사별 복잡다양한 상품 설계구조, 보험료 산출 등 정보 반영 내역이 많아질 수록 관리 리스크가 커지고 서비스 준비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빅테크뿐 아니라 중소형플랫폼에는 꼭 필요한 정보 내역을 바탕으로 개발·관리 비용 부담을 줄여 서비스 효율화와 확장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험사별 상품과 조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특약까지 포함해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다만 표준약관으로 정해진 담보 특약은 비교가 용이하지만, 보험사별로 상이하게 정의하는 디테일한 특약 내용도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는 것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핀테크업계가 요구하는 정보 내역도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라 보험사들이 일일이 요구사항을 반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핀테크업계 “서비스 신뢰성·완성도 우려...혁신 취지 살려야”

핀테크업계는 단순 보험료 산출 외에도 보험료검증, 가입체결정보 등까지 API에 담을 것을 요구한다. 특약 정보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최소한의 영역으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신뢰도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을 일례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는 보험사로부터 차명코드, 차량정보, 그리고 특약정보까지 데이터를 제공해야 소비자는 플랫폼과 보험사에서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최종 가입 조건과 일치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세부 내역을 받을 수 없고 검증이 불가능하면 플랫폼에서 조회한 정보와 개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내용이 차이가 생겨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플랫폼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비스 차별성과 혁신성 측면도 문제로 제기된다. 일부 업체는 단순 보험 비교·조회를 위한 정보제공만으로는 혁신서비스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예를 들어, 보험 비교·조회에서 나아가 보험만기정보 등을 활용해 보험 만기 시기 도래 시 보험 추천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플랫폼들이 차별성·혁신성을 두루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보내역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단순 비교·조회에 그친 획일화된 서비스가 소비자 편익을 떨어트리고, 생태계도 위축시킬 것이라는 불안감도 내비친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보내역만으로는 플랫폼에서 정확한 비교·조회가 어려울뿐더러, 단순 비교를 넘어서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서비스의 완성도와 혁신 서비스 취지 달성을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편익 우선...대승적 합의 필요

표준API 정보 범위를 둘러싼 업계간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파행으로 치닫거나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무를 우려도 제기된다. 출시 목표 시점을 4개월 앞두고 하루빨리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출범부터 난항을 겪었다. 복잡한 설계 구조를 가진 보험 상품 특성상 서비스에 어떤 상품을 넣을지, 플랫폼 수수료는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개별·표준API 채택 여부 등을 놓고 업계 간 꾸준한 의견 대립이 있어 왔다. 표준API 방식 채택 이후에도 잡음이 이어지는데다, 최근 금융위 인사가 이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서비스 준비에 본격 돌입한 상황에서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서비스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표준API를 바탕으로 각사가 필요한 개별 요건을 논의해 반영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혁신금융서비스 취지를 살려 플랫폼 정착·시장 활성화 등을 위한 조속한 협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