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극재 업체 롱바이가 한국에서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인 LFMP를 생산한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LFMP 양극재를 생산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롱바이 한국 자회사인 재세능원은 지난 18일 착공한 충주 양극재 2공장에서 내년 말부터 LFMP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그동안 1공장에서 삼원계 양극재만 생산했지만 2공장에는 2만톤 규모 LFMP 양극재 생산라인을 갖추기로 했다.
최근 투자자 대상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유상열 롱바이 총재는 “LFMP는 LFP의 다음 세대 제품으로 고급기종 시장은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가 선도하겠지만 중급기종에서는 LFP와 LFMP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충주에 착공한 LFMP 양산라인은 중국 이외에 유일한 생산기지로 글로벌 고객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LFMP는 리튬인산철(LFP)에 망간을 추가한 소재다. LFP와 같은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에너지밀도는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FP는 중국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테슬라가 채택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배터리다. 중보급형 차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LFMP 등 새로운 물질 조성을 통해 삼원계 대비 한계로 여겨졌던 에너지밀도 개선이 시도돼 쓰임새 확대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LFP나 LFMP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는 곳이 없다. 배터리셀과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로, 중국 LFP 계열 소재의 한국 진출이 주목된다.
롱바이는 2공장에 LFMP와 함께 4만톤 규모 삼원계 양극재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내년 말이 되면 롱바이의 한국 내 생산능력은 삼원계 양극재 기준 6만톤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2025년까지 추가로 3공장을 준공하고 연간 10만톤 이상 삼원계 양극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만금 산업단지에 5만평 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2025년 말 생산을 목표로 4만톤 규모 전구체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롱바이는 중국 내 양극재 및 전구체 제조기업으로 2014년 설립됐다. 지난해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9%를 점유, 국내 에코프로(8.7%)와 엘앤에프(7.4%)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의 주력 공급사이자 비야디, 고션, 파라시스, EVE 등에 양극재를 공급한다. 유상열 대표가 창업한 국내 전구체 기업 이엠티를 인수하고 한국에 이차전지 재활용 업체 TMR도 운영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IRA가 시행되면서 롱바이는 한국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규제를 피해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배터리 제조사와 양극재 공급을 협의 중으로 충주 공장을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와도 접점을 늘리고 있다.
롱바이 관계자는 “충주 공장은 현단계에서 IRA 법안이 요구하는 보조금 요건을 만족시킨다”면서 “IRA상 해외우려집단(FEOC) 가이드라인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분석으로는 중국 회사 지분율이 49% 이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 확대와 함께 전구체 기업 상장을 통한 한국 자본시장 진입도 계획하고 있다. 롱바이 관계사인 이엠티는 현재 코넥스에 상장돼있다. 2025년까지 중국와 한국의 전구체 업무를 통합해 코스닥이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호우샨 롱바이 동사장은 “롱바이는 창업 초기부터 두 창업자들이 함께 만든 한·중 조인트벤처”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IRA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중국 배터리 산업이 도전에 직면해있는 가운데 재세능원과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