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권 구매대행 사업의 가장 큰 논쟁거리 중 하나는 해외에 있는 당첨금을 투명하게 주는지 여부다. 현지 업체가 당첨복권을 갖고 잠적하거나 소유권을 놓고 다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구매대행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구매대행을 통해 당첨금을 수령했다는 사례가 거의 전무해 구매자들 입장에서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는 해외 구매대행 복권으로 인기가 많은 '메가밀리언'의 당첨 확률이 3억260만분의 1(2017년 이후 기준) 매우 낮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미국 현지에서도 수 차례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정도의 확률이다보니, 해외 거주자가 당첨된 사례가 극히 드물어 '먹튀 방지 시스템'의 신뢰성을 테스트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대리구매 해준다고 돈 받아 착복…당첨자 나오면 자비로 지급
실제로 해외복권 구매대행업체 중 일부는 사기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미국 복권 '파워볼' 구매대행을 진행했던 한 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복권 구매 대금을 수령하고도 복권을 구매하지 않는 허위매매 수법으로 총 431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고객에게 배정된 복권번호에서 소액의 당첨이 나오더라도 자비로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키웠다. 복권 당첨 확률이 워낙 낮다보니 이와 같은 방식도 적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복권 사기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메일 등으로 유명 복권 발행사를 사칭해 당첨 수수료를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먹튀 우려에 대해 복권 판매대행 업체들도 이해하고 있으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복권 구매대행업체들은 구매한 티켓을 안전금고에 보관하고, 추첨 이후 낙첨한 티켓의 경우에 한해서만 고객들에게 유료로 배송해 주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고객이 지급한 돈으로 실제 복권이 구매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를 두고 있는데, 고객은 실물복권을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전송받을 수 있다. 이 복권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복권국이 배포한 스마트폰 앱 촬영을 통해 당첨여부 및 실제복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허위매매에 대한 우려는 예전 대비 줄어든 상황이다.
◇대행업체가 당첨금 횡령하면…소유권 분쟁 우려도
만약 구매대행을 통해 복권이 당첨됐다면, 이 복권 실물과 당첨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을까. 우선 외국인이 미국 현지에서 복권을 구매하고 당첨금을 수령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다만 온라인으로는 복권을 구매할 수 없고, 구매처가 반드시 현지에 공식 허가된 복권판매점으로 확인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실물복권을 갖고 온 이가 당첨금 수령을 신청하더라도 장기간 심사기간을 둔다. 이 기간 중 구매대행업체와 고객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거나, 당첨금 지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대행업체 역시 당첨금을 수령하기 어렵다. 구매대행업체들은 이와 같은 시스템 때문에 당첨금을 가로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성공적인 해외복권 구매대행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화도 있다. 2015년 오레곤에서 판매된 당첨 복권은 640만달러 잭팟을 터트렸는데, 당첨자가 미국 본토인이 아닌 이라크 해외 거주자라는 측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당첨자는 이라크 현지에서 복권구입 대행업체 '더로터닷컴' 웹사이트를 통해 복권을 구입했다. 구매대행 업체는 8월 24일 오레곤 지역 현지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통해 복권을 구입했고, 당첨자는 12월 1일 실물 복권을 소유한 채 미국을 방문해 직접 당첨금을 수령했다.
미국 대형 복권업체들은 추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당첨자가 익명을 유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익명 유지를 인정했다. 이는 당첨자가 귀가하는 동안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당 사례에서 미국 오레곤주 복권국, 연방 법무부와 주 법무부가 위법성 여부에 대해 충분히 숙려한 뒤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이후에 등장할 외국인 당첨자들 역시 당첨금 수령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구매대행업체들의 결론이다.
만약 한국에서 발행한 복권을 외국인이 당첨된 경우는 어떨까. 현행 복권법상 외국인은 내국인과 똑같은 당첨혜택을 누리므로 여권 및 외국인 등록증만 있으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국내 거주자/비거주자에 따라 원천징수가 달리 적용된다. 국내 거주자는 내국인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 비거주자는 해당 국가와의 조세조약에 따라 세율이 결정된다. 실제로 국내 동행복권 등에서는 매년 외국인의 1등 복권 당첨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