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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양지병원 이사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지역거점병원으로서 필수의료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의료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OECD 평균 이하 수준인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특히 지역 소아청소년과 진료 강화가 절실합니다.”

김철수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이사장은 약 45년간 내과 전문의로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지만 아직 하루 20~30여명 환자를 진료한다. 수십년 동안 후배들의 진로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필수의료 전공을 꺼리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고 우려했다.

1976년 김철수내과·김란희산부인과를 모태로 출발한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은 현재 300개 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응급의료센터와 소아청소년과 입원실, 소화기병원과 외국인 진료 전문 국제병원까지 갖췄다.

10층 규모 3개관과 3~4층 규모 2개관을 보유한 종합병원이지만 작은 진료실 한 칸이 이사장의 사무공간이자 진료실이다. 오전 진료를 마친 김철수 이사장을 만나봤다.

대담= 권건호 벤처바이오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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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양지병원 이사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개인 종합병원으로는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서울 서남부권 대표 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양지병원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은 2007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한 후 현재 300병상을 갖췄다. 개원 후 50여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하며 시행 착오도 많았다. 현재 의료진 120여명, 직원 1200여명이 일하는 서울 서남부권 지역거점병원으로 완연히 자리매김했다. 가장 중요한 의료 역량과 의료 서비스를 꾸준히 발전시킨 것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양지병원의 특화 진료부문은 2018년 부속병원으로 신설한 '소화기병원'이다. 식도, 위, 대장, 간, 췌장 등 소화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지난 5년간 15만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등 임상경험이 풍부하다.

중증질환으로 고통받는 외국인 환자 내원 사례도 많다. 2018년 5월 외국인환자 전문 '에이치플러스 국제병원'을 개원했다. 몽골,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환자 검진과 암 수술 등 중증질환 치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비만당뇨수술 부문 최고 권위자인 김용진 센터장이 지휘하는 비만당뇨수술센터도 본원 자랑거리다. 2020년 세계적 외과수술평가 인증기관인 SRC(Surgical Review Corporation)로부터 아시아 5번째로 '마스터 서전(Master surgeon)'에 선정된 전문가다. 지난 10년간 3000례 비만당뇨수술을 시행했다. 다수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많은 논문이 지금도 국제 학회에 소개되고 있다.



-최근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서남부권 거점병원으로서 어떤 문제를 느끼나.

▲필수의료 위기 해법은 크게 필수의료인에 대한 법·제도적 보호장치 마련과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필수의료는 진료 리스크가 큰데 비해 수가는 턱없이 낮고 형사책임에 노출돼있는 위험은 크다. MZ세대인 젊은 의료진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로서의 사명과 책임감만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다 이겨내라고 독려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고의성이 없고 선의로 진료한 불가항력적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해야 젊은 의사 지원이 늘어날 것이다. 저수가인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도 해결해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필수의료과에 대한 인력·시설·장비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의사 수 부족 관점에서 벗어나 현재 활동하지 않는 6500여명 시니어 의사를 공공의료기관과 매칭해 재배치한다면 인력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 전문의와 중환자 병상 부족, 소방기관과 병원과의 체계적 정보 공유 부족이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응급실 의료진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부족한 의사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연관 진료과인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도 마찬가지다. 필수의료인 이들 진료과는 기피과로 분류돼 의사 수급이 상당히 어렵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응급환자 우선 병상 배치를 위해 평가·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중증환자 최종 치료 제공 시 타 병원 회송이 가능한 출구 전략도 필요하다. 지역 응급의료기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과학적 근거 기반을 세워야 한다. 적정 의사 인력 확충 가이드라인도 하루 빨리 설정해야 한다.

현재 응급의료기금은 1년에 2600억원 정도 사용되고 있는데 응급의료정책과 전달체계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 지역 응급의료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수가 적용, 중증환자 입원대기병상 마련, 적정한 수가 보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양지병원 응급실은 관악구 유일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료시스템을 365일 24시간 가동하며 10여명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교대로 진료하고 있다. 중환자실에는 4명의 중환자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교대 근무한다. 응급실 상주 의료진 외 병원 배후 진료과 전문의가 응급환자 의료를 적극 지원하도록 응급의료 연계성이 높은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문의를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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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양지병원 이사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서남부권에도 많은 학교가 있다.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소아청소년과 폐원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느낄 것 같다.

▲소아청소년과 부족 문제는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소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저수가로 월급을 주기 어려운 병원이 늘면서 심각해졌다. 지난 5년간 총 670여개 소아청소년과가 폐업했고 올해 전공의 지원율은 16%대로 추락했다.

본원이 위치한 관악구에는 총 58개 초중고교가 있다. 인근 동작구에는 47개교가 있다. 약 100개 가까운 초중고를 감안하면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달빛어린이병원 확충, 중증환자 수가 조정 등 일시적 정책으로는 야간진료, 응급진료, 입원진료 등 소아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거의 모든 상급병원이 소청과를 축소하고 있고 지역 소청과 폐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거점병원인 본원까지 소청과 진료를 줄이면 필수 의료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셈이 된다.

본원은 올해 지역 소아의료체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중앙대병원 소청과 임인석 교수를 영입했다. 현재 총 3명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소아신장, 소아비만, 요로감염, 성장치료, 성조숙증 치료시스템을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아 입원 치료를 위한 소아병동을 가동하고 있다. 본원은 지역에서 소아병동을 운영하는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어려움에 처한 소청과 진료 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수의료 강화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에도 적극적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챗GPT, 데이터 표준화 등 스마트 의료가 미래의료로 떠올랐다. 이제 의료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자신이 건강상태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해졌다.

양지병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에 AI방역로봇과 AI약제배송로봇을 시범 운영했다. 지역 병원에서 과감한 시도를 해 의료계 관심을 많이 받았다.

올해는 과기부 주관 AI 바우처 지원사업에 선정돼 루닛의 AI 인공지능 흉부엑스선 판독보조 솔루션을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에 탑재했다. 현재 운영을 고도화해 시행하고 있다.

판독보조솔루션은 작년 12월 판독 전문의 부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로 인해 임상의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했다. 비슷한 양상의 영상을 반복 판독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하고 양산되는 영상에 비해 판독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판독이 되지 않을 때 임상의가 추가검사를 할 수밖에 없어 불편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 초에는 스마트병원 구현을 위해 간호사가 말로 의무기록 작성이 가능한 AI음성 간호 의무기록 '간호 보이스 리포트 앱'을 적용했다. 현장에서 업무시간을 줄이고 환자에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월에는 중소병원 중 처음으로 AI기반 진료예약상담 '콜봇 솔루션'과 건강검진 영상상담 솔루션 '비디오헬프미'를 도입했다. 콜봇 솔루션은 심층 면담이 필요하지 않은 재진 환자 대상으로 병원 AI로봇이 고객과 대화하며 환자 진료 예약·조회·변경·취소 등을 처리한다.

건강검진 결과를 스마트폰을 보며 상담간호사와 상담이 가능한 비대면 영상솔루션 '비디오헬프미(Video help.me)'는 실시간 영상 상담이 가능해 편리하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적극 도입해 의료진 진료 효율과 편의성을 높여 환자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첨단 AI를 다양한 진료 영역으로 확대해 의료데이터 세분화, 환자 맞춤형 예방관리와 치료법 제시, 진료데이터의 환자 공유 등 최초 환자 진료에서 치료 후 건강관리까지 케어하는 스마트 의료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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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양지병원 이사장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양지병원이 선보인 '워크스루 감염안전진료부스'가 세계적으로 화제였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고민이 많았다. 장소가 한정돼 있다보니 많은 환자를 검사하기가 녹록지 않아 여러 시도를 했었다. 장남인 김상일 병원장이 당시 아이디어를 내서 좁은 장소에서도 많은 환자를 검사할 수 있는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고안했다.

당시 워크스루 검사가 세계적으로 화제였다. 워싱턴포스트 1면에 보도됐고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 등 5개 기관과 소통해 현지에도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특허청 요청으로 '한국형 도보 이동형(K워크스루)' 기술로 특허도 냈다.

팬데믹 극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코로나19 대응 유공 부문 대통령 표창, 2020 서울특별시 안전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국제병원연맹이 주관한 'IHF AWARDS 2021'에서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수상했다. 본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공헌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김상일 병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한 의료 혁신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 거점 중소병원이지만 디지털 혁신 등을 이용한 미래 헬스케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근 '의료법인 서울효천의료재단'을 출범시켰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의료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의료환경을 역동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환자 중심 진료, 치료시스템 고도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도전을 위해 더 안정적인 기반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체계화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단 운영을 결정하게 됐다. 더 좋은 병원 구현을 위한 첫 출발인 셈이다. 미래 의료에 최적화된 병원,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병원, 환자가 주인인 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철수 이사장은…

김철수 이사장은 내과 전문의로 1976년 3월 김철수내과·김란희산부인과를 모태로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을 개원했다. 1985년 고려대·경희대·한양대·한림대·가톨릭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1999년 한국병원경영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1년 전국중소병원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해 회장직을 3회 연임했다. 2002년 한국병원협동조합 이사장, 2002년~2004년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회장, 2003년 제33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의료계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2006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과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회장,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을 지냈다.


2013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료봉사단장, 2020년부터 현재까지 UN피스코 의료봉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