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키운다' 삼성 파운드리 내년 MPW 증량...이례적으로 일정도 선확정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제공 횟수를 32회로 확정했다. 올해 대비 10% 늘어난 것이며, 당초 연말에 공개했던 MPW 일정도 이례적으로 앞당겨 확정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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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달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SAFE 포럼'에서 기조연설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4년 MPW 계획을 최근 협력사에 공유했다. 내년 12인치 18회, 8인치 14회로 총 32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9회를 계획한 올해보다 횟수로는 3회, 비율로는 10% 가량 증가한 규모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4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에서 “내년 MPW를 10% 가량 늘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12인치에서는 8나노 공정이 새롭게 추가됐고, 8인치에서는 90나노 BCD 공정이 2회 늘었다. BCD 공정은 전력 반도체, 모터구동칩, LED구동칩 등에 많이 쓰인다.

MPW는 한장의 웨이퍼에 다양한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뜻한다. 파운드리 회사가 MPW 라인을 마련해주면 팹리스가 사전 신청해 설계 결과물을 시제작하는 서비스 일종이다. 반도체 칩 성능과 양산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시제품 제작이 필수인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여러 반도체를 동시에 만들어 볼 수 있는 MPW를 이용한다.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MPW가 늘어날 수록 반도체를 상용화하는데 유리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MPW를 증량한 건 이같은 팹리스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MPW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한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가 많아야 파운드리 가동도 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팹리스와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각적인 팹리스 지원으로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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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삼성전자가 7월 MPW 일정을 공개한 것도 주목된다. 파운드리 회사는 통상 연말에 MPW 일정을 통보하며, 삼성전자 역시 10~11월에 일정을 공유했다.

한분기 가까이 일정 공개를 앞당긴 건 팹리스의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사전에 MPW 일정을 공유하면 팹리스가 제품 개발 계획을 일찍 수립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칩 개발 일정을 앞당겨 확정할 수 있어 적시에 칩을 출시하고 시장 공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8년 첫 MPW 서비스를 개시했다. 2022년 반도체 생산 병목 현상으로 MPW 서비스를 일시 축소했지만 이후 지속 늘려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 MPW 과제별 기술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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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3·2024년 MPW 일정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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