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현지 대학에 손을 내밀었다. 2025년 가동 예정인 애리조나 공장과 인접한 애리조나 주립대와 협력, 인력 채용부터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미국 내 반도체 인력 수급난에 반도체 기업간 인력 확보 경쟁이 대학까지 확전됐다는 분석이다.
TSMC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는 지난주 반도체 인력 양성과 공동 연구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 지원과 교육 및 채용, 교수진 연구개발 협력이 골자다. TSMC와 애리조나 주립대가 공동으로 반도체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TSMC가 우수 인재에 장학금도 지원한다.
핵심은 인력 채용이 될 전망이다. TSMC가 애리조나 주립대 반도체 인재 양성 후 직접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졸업생 뿐만 아니라 석사급 이상 고급 인재를 지원해 향후 TSMC 인력으로 확보하려는 복안이다.
애리조나는 TSMC가 5나노미터급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곳이다. 미국의 반도체 유치 정책에 따라 TSMC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연기했다.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설치할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인력 수급난을 공식화한 바 있다.
TSMC와 애리조나 주립대의 협력은 이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TSMC는 최근 500여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대만에서 파견, 당장 부족한 인력은 채우기로 했다. 하지만 인력난이 장기화 할 경우 파견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미국 현지 대학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 향후 필요한 인재 수요를 대응하려는 것이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기업 간 대학 인재 확보전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리조나주는 인텔 역시 신규 공장을 짓고 있어 반도체 인력 수요가 큰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텍사스 지역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와 텍사스 A&M대학에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향후 인재 채용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미국 내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반도체 기업에서 경력직을 대상으로 인력 쟁탈전이 펼쳐졌는데 최근에는 대학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 경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인력은 2030년까지 6만7000여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