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전 미국에서 8세 소녀를 납치·살해한 범인이 당시 소녀의 장례식을 주재한 목사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CBS 뉴스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州) 델라웨어 카운티 검찰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및 살인 혐의로 데이비드 잰스트라(83)를 기소했다.
지난 1975년 8월 15일 잰스트라는 자신이 목회를 맡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교외 마플 타운십의 한 교회에서 진행하던 여름 성경학교에 참석하러 가던 그레천 해링턴(당시 8세)을 뒤따라가 납치한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잰스트라는 당시 그레천이 교회에 오지 않았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한 인물이다. CBS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평소 해링턴 가족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레천이 실종되자 수색을 도왔으며 2개월 뒤 그레천의 시신이 발견되자 장례식을 주재하기도 했다.
당시 잰스트라도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피해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해 별다른 의심없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2017년부터 미제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그가 다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사건에 결정적 증언은 잰스트라의 딸과 친구였다는 한 여성에 의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가서 자주 잠을 자곤 했는데, 친구 아빠인 잰스트라가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을 느끼고는 깨어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잰스트라의 딸도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여성은 당시 같은 반 아이가 성인 남성에 두 번이나 납치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레천의 실종 당시 “잰스트라가 해링턴을 납치한 사람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글이 적힌 일기장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또한 재수사에서 녹색 차량 운전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도 새롭게 확보됐다. 당시 잰스트라가 성경 교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을 태우는 차량 중 하나가 녹색 스테이션 왜건이다. '해링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던 잰스트라의 주장을 깨뜨리는 증거다.
잰스트라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자 결국 자백했다. 그는 “그레천이 집에서 나와 아버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레천에 접근했으며, 이후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자 주먹으로 소녀의 머리를 가격했다. 피가 흘러 소녀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마플 타운십이 소속된 델라웨어 카운티의 잭 스톨스타이머 주 검사는 “그는 모든 부모의 최악의 악몽”이라며 “자신을 알고 믿었던 8세 소녀를 죽이고 장례식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수년간 가족의 친구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주 경찰 조나단 선덜린은 “정의에는 만료일이 없다. 범죄가 50년 전에 일어났든, 5분 전에 발생했든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현재 지역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이후 펜실베니아로 송환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