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민간인 피해 우려로 논란이 된 무기 '집속탄'을 전쟁에서 본격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원한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공식 발표한지 일주일 만이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라이사 침공군의 점령지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미국산 집속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집속탄 사용을 확인했다. 그는 민간인 피해 우려를 신경 쓴 듯 “우크라이나는 집속탄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라며 “효과적인 운용으로 실제 러시아의 방어 대형과 방어 기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집속탄(cluster munitions)은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는 형태의 폭탄으로, 모(母)폭탄이 상공에서 터지면 그 안에 있던 수십 개 자(子)폭탄이 쏟아져 나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강렬하고 광범위한 효과 때문에 '강철비'(steel rain)이라고도 불린다. 정우성 주연 영화 '강철비'(2017)에서도 집속탄의 파괴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강력한 무기가 전쟁에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집속탄이 인도주의적 우려를 촉발하는 이유는 자폭탄 중 불발탄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불발률은 적은 경우 10%지만 많은 경우 40%까지도 이른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발탄들이 수십년 간 민간 피해를 낳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이를 장난감으로 보고 주웠다가 폭발해 사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국제 지뢰 금지 캠페인(ICBL)은 2021년 기준 집속탄으로 인한 사상자 141명 중 97%가 민간인이고, 3분의 2가 어린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엔은 지난 2008년 집속탄 사용과 제조·보유·이전 등을 금지한 '집속탄 금지 협약(CCM)'을 체결, 111개 당사국과 12개 서명국이 가입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일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3일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 도착을 확인했고 다시 일주일 후인 20일 사용이 공식 확인됐다.
미국은 불발률이 낮은 폭탄을 엄선했으며, 우크라이나가 민간인 지역을 제외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의 동맹국들도 최근 미국의 집속탄 지원에는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속탄을 사용한 정황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은 러시아는 미국 집속탄 지원에 반발했다.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탄약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