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폰 '낫싱 폰투', 아이폰 사용자의 마음 흔들 수 있을까?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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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키스 아키스 에반겔리디스 낫싱 공동 창업자가 성수동에서 열린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출처: 낫싱

한국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이 시장점유율 97%에 육박할 정도로 빈틈이 없는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애플을 제외한 해외 제조사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했죠. 오죽하면 국내 시장을 흔히 ‘외산폰의 무덤’이라고들 합니다. 호기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선 기업들이 한둘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런 시장에 겁 없이 신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IT 스타트업 낫싱(Nothing)이에요. 낫싱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자신들의 첫 스마트폰인 ‘폰원(Phone 1)’을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 내부가 훤히 보이는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고, 글로벌 시장에서 8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어요. 애플과 삼성이 지배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거둔 성적으로는 꽤 준수하다고 평가됐죠. 그래서 이들의 차기작은 어떨지, 눈길이 쏠렸어요.

지난 7월 15일, 낫싱은 마포구 상수동 크림(KREAM) 쇼룸에 팝업을 열고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폰투(Phone 2)’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공개 첫날에는 이곳에서 한정 수량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을까요. 폰원 출시 때부터 “애플은 지루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독보적인 디자인 혁신을 내세운 낫싱. 아이폰 사용자 입장에서 4년차 신생 기업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외치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국내 반응도 전하고자, 지난 주말 직접 쇼룸을 다녀왔습니다.

한정판매 수량 사려고 오픈런? 젊은 세대 관심 눈에 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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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쇼룸 낫싱 팝업 3층 체험관 내부

직접 방문한 폰투 팝업은 생각보다 아담했습니다. 물론 체험 장소는 3층, 기기 수령 장소는 지하 1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요. 내부에는 폰투는 물론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 ‘이어투(Ear2)’가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폰투 4~5대 정도가 배치돼 있었고, 방문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사용해보는 구조였어요. 방문했던 시각은 대략 오후 6시를 향해가던 시간이라 다소 한산했습니다. 이리저리 만지다보니 1시간 정도가 흘렀는데 주로 20~30대 젊은 남성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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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투와 이어투가 함께 전시돼 있는 모습

문득 오픈 당시(오전 11시) 열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현장에 상주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미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돼 있었다고 합니다. 약 50명 정도의 인파였다고 하네요. 이는 낫싱이 공개 첫날에 현장에서 폰투를 선착순 한정 판매했기 때문으로 추측돼요. 한정 판매가 끝나면 21일 이후 온라인 구매를 기다려야 하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기기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짐작돼요.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측면 디자인은 너무나 ‘아이폰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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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투(좌측)과 아이폰13(우측)의 측면 모습

폰투는 6.7인치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해 한눈에 봐도 상당히 큰 화면을 자랑했어요. 현재 6.1인치 디스플레이 아이폰13을 사용 중이라 이보다 큰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폰투는 그립감이 한 손에 감기는 느낌이라 편했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애초에 아이폰처럼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둥근 형태로 디자인했더라고요.

알루미늄 소재로 측면을 처리한 것 역시 아이폰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만 후면 카메라의 돌출된 정도, 일명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가 알려진 것보다 심하지 않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 아이폰도 카메라 성능이 좋아질 때마다 카툭튀 현상도 심해져 디자인을 망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폰투는 아이폰13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했음에도 카메라 돌출은 아이폰13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가장 인상적인 카메라 성능…피사체 질감 살리는 촬영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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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아이폰 13으로 촬영한 사진, 오른쪽은 폰투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나 카메라 성능이었습니다. 폰투는 후면 듀얼 카메라로 50MP(메가 픽셀) 카메라를 탑재했어요. 여기에 최첨단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전작보다 더욱 개선된 사진 촬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아이폰 13은 후면 듀얼 카메라가 12MP이기 때문에, 화소만 봐도 폰투의 카메라 성능이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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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일부를 확대했을 때 아이폰 13으로 찍은 사진(좌측)은 약간 흐릿한 반면, 폰투로 찍은 사진(우측)은 선명한 걸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대상을 촬영해봤는데, 폰투는 피사체 질감을 살려서 촬영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훨씬 더 선명했고요. 반면에 아이폰 13으로 찍은 건 사진을 확대할수록 흐릿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과 성능을 좌우하는 건 이미지 센서 크기인데, 이는 화소의 개수와 비례해요. 폰투는 화소의 개수가 5000만개, 아이폰 13은 1200만 개입니다.

화소 수가 많으면 피사체를 한층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어요. 수많은 화소가 모여 하나의 사진이 되기 때문에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면 사진은 더 선명해지는 거죠. 그래서 같은 대상을 촬영했어도, 폰투와 아이폰 13의 결과물이 조금 다른 겁니다.

회사가 자신감 있게 내세운 글리프 인터페이스…타이머 기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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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 LED를 다 켠 모습(좌측), 글리프 타이머 기능은 화면 상단을 쓸어내리면 나오는 글리프 인터페이스 메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낫싱폰하면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디자인이 상징이죠. 특히 투명한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글리프(Glyph) 인터페이스가 특징입니다. 낫싱은 폰투의 글리프 인터페이스가 전보다 더욱 개선됐다며 글리프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타이머 기능을 강조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30초 타이머를 설정한 뒤 글리프로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거나 배달 주문한 뒤 진행 상황을 글리프 LED로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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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머 기능을 사용 중인 모습, LED 불빛이 직관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직접 갔을 때 글리프 타이머 기능을 사용해봤습니다. 화면 상단을 쓸어내려 글리프 메뉴에 들어가면 타이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요. 원하는 시간을 설정한 뒤 폰을 뒤집으면 곧바로 글리프 타이머가 작동합니다.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직관적이에요. 그런데, 남은 시간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유용한 기능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애플과 같은 도시적인 느낌 내려고 했나? 낫싱 OS 통일감 좋지만…1%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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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싱 OS 2.0의 앱 아이콘은 모든 앱이 단색으로 처리돼 있다.

폰투는 자체 운영체제 ‘낫싱 OS 2.0’을 탑재해 전작 대비 앱 실행 속도를 2배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실 낫싱 OS 2.0가 더 눈에 띄는 건 성능 개선보다도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있습니다. 모든 앱 아이콘을 단색으로 처리해 기기와 통일감을 줬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애플 iOS처럼 깔끔하고 도시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아이콘을 다 같은 색으로 처리하다 보니, 앱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다행히 안드로이드 OS도 사용할 수 있다네요. 저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안드로이드 OS로 바꿔서 사용하는 걸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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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투는 확실히 디자인적인 개성과 강점이 뚜렷한 제품인 건 확실해요. 이번 신제품으로 낫싱만의 해체주의적 디자인을 각인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폰투는 오는 21일부터 프리즘(PRIZM), 크림(KREAM), 11번가 등에서 사전 예약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출시 가격대를 보면 89~109만원대로 중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기엔 저렴한 편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디자인적 강점 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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