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애플페이발 결제 단말기 인증 대란

EMV 비접촉 SW 각기 다른 표준
개발·테스트 등 포함 5억원 투입
애플페이 인증 완료까지 1년 걸려
“제조원가 높여 가맹점에 전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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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내 애플페이가 국내에 서비스되면서 때아닌 결제단말기 인증 대란이 벌어졌다.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이용하는 결제 단말기의 경우 EMV 인증을 비롯 여러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증 비용은 물론이고 인증을 받는데 드는 시간이 상당해 단말기 제조사들이 큰 곤욕을 겪고 있다.

◇결제 단말기에 EMV 인증 '디폴트'

EMV 인증은 집적회로(IC) 전환 사업을 계기로 국내 결제 단말기 필수 인증으로 자리 잡았다. EMV 인증은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 등 글로벌 3대 신용카드 프로세싱 회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IC카드 관련기기 국제기술 표준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카드 결제용 포스 단말기를 해킹해 신용카드 마그네틱(MS) 정보를 빼돌려 불법 복제 카드를 만드는사례가 빈번하자 도입됐다. IC카드는 MS카드와 달리 IC칩이 내장돼 복제가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2014년 '포스(POS) 보안표준 규격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EMV인증과 해외 브랜드 테스트 통과를 의무화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에 단말기를 유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단말기 유형별 보안기능 및 시험요구사항'에는 캣(CAT) 단말기 공급업체는 시험요구사항 및 보안표준을 준수하고 여신협회에 등록된 단말기를 가맹점에 유통 및 유지·보수한다고 규정하면서 신용카드 거래승인의 경우 캣 단말기는 EMV 거래로 우선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일반 결제 단말기는 EMV 인증받은 기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밴사나 단말기 제조사는 결제 단말기를 제작할 때 이런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단말기 인증의 기본이 되는 EMV 인증을 EMVCo가 지정한 외국계 인증기관 에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받은 EMV 인증 유효기간은 4년이며 유효기간 종료 1년 전부터 갱신이 가능하다. 유효기간이 지나도 결제 단말기 사용은 가능하지만 비접촉결제 인증을 위해선 해당 인증은 물론 EMV 인증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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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접촉결제 인증만 최대 5억원 비용, 부담되는 밴업계

문제는 최근 비접촉결제가 대폭 늘면서 인증을 받아야하는 단말기가 대거 증가, 제조사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을 알기 위해선 카드 단말기에 필요한 인증을 알아야 한다. 접촉식 단말기와 달리 비접촉식 단말기는 비자, 마스터, 은련, 아멕스, JBC카드로부터 별도 인증이 필요하다. 통상 EMV 비접촉 하드웨어 인증까지는 공통된 표준규격이 쓰이지만, 소프트웨어 인증부터는 회사 간 비접촉결제 주도권 싸움으로 각각 다른 표준을 적용한다. 비자의 '비자웨이브', 마스터카드의 '저스트 탭앤고', 유니온페이 '퀵패스', 애플 '애플페이' 이외에 국내 카드사가 만든 '저스터치', 티머니 등이 모두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여신협회가 접촉식과 달리 비접촉식 단말기는 글로벌 카드사별 규격(레벨2 스펙)이 상이해 사용을 위해서는 각 사로부터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비접촉결제 인증을 위해 밴사는 카드 단말기 테스트 등을 위해 인증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EMV 인증을 위한 밴사 비용 지출 현황에 따르면 EMV 인증에 외주개발비용 1억4000여만원, 시험인증 디버그·TA에 1억2000여만원 등 총 2억6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추가로 KLSC 인증에 1억300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 기본 인증 비용만 4억원 상당이 든다. 여기에 단말기 개발과 애플페이, 티머니 등 비접촉결제 방식 인증이 추가돼 단순 추산으로 5억원 이상 인증 비용이 예상된다.

최근 비접촉결제가 늘면서 인증까지 적체다.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하면서 신규 개발과 인증 갱신, 추가 인증 등이 대폭 늘면서 인증 완료까지 약 1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결제 전문가는 “현재 애플페이 신규 개발 시 제품개발비와 시험인증비로 약 4억원 투자가 필요하며 단말기 개발비 포함하면 약 5억원 이상 개발비가 소요되고 있다”면서 “인증 완료까지 약 1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은 밴사나 단말기 제조사, 특히 영세한 밴사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런 부담은 경쟁 단말기 제조 원가를 높여 가맹점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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