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의 일자리 변화에 맞설 직업훈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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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건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직무대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향후 5년 일자리 감소 예상 업종

영 어색하던 식당 키오스크 주문이 이젠 낯설지 않다. 시작점과 도착점만 찍어주면 똘똘하게 서빙하는 로봇도 더 이상 기특하거나 신기해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광경이 익숙해진 건 불과 3년이 채 안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속도를 더 빨리했을수도 있지만 인공지능(AI)이 대체하고 있는 일자리 수의 증가속도는 습격에 가깝게 과히 위협적이고 빠르다.

IBM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5년동안 업무지원 부서 직원 2만6000명 중 30%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의 업무지원 인원 중 7800명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고, 실제로 대체가능 직군의 채용을 수년동안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23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AI 등의 영향으로 2027년까지 세계에서 일자리 6900개가 만들어지고 83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견했다. 반복 단순 직종, 사무 행정직종 등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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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증가하거나 그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직종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고숙련 기술직군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 분야 대부분이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개발 기술 경쟁력을 가진 노동력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관련 일자리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AI와 로봇 배치의 일반화로 로봇 코디네이터 등 관련분야 일자리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의 전망에서 시사하는 점은 두가지다. AI의 일자리 습격에 맞설 무기는 기술 고도화와 AI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기술 고도화와 AI 컨트롤 능력으로 능수능란하게 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직업훈련의 미래 방향을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발맞춰 정부에서는 국정과제로 디지털분야와 반도체 산업 인재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공직업훈련 대표기관인 폴리텍대학은 정부 기조와 산업변화에 맞게 5대 중점 신산업 분야 인력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AI·디지털, 그린에너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신산업 분야를 선정해 학과 개편·신설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편의 큰 방향은 신산업 육성과 뿌리·기간산업의 기술 고도화다. 융합과 전환, 신설을 통한 직업훈련의 탈바꿈이다.

60년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직업훈련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7~80년대 경제성장시대엔 뿌리 기간산업 중심 기계, 전기, 산업설비 기술이 주를 이루었고, 2000년대 지식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IT가급성장하고 항공과 바이오 분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조업 공장에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며 스마트팩토리 관련학과가 만들어졌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며 신산업 관련 기술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55년간 총 300만여명의 산업인력을 양성하며 기술한국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왔다. 일하고자 하는 누구나 직업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흐름에 맞는 교육훈련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직업훈련의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신산업 중심 기술 고도화와 두 번째 직업기술교육 플랫폼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

직업훈련은 결국 취업, 일자리와 직결된다. 산업수요에 맞는 교육을 하고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직업훈련의 필수 역할이다. 기존 뿌리기술(기계, 전기, 산업설비, 자동차, 금형 등)에 AI기술을 융합하고, 디지털·그린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반도체, AI·디지털, 그린에너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로 개편과 신설로 새로운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정부의 15만명 전문인력양성과 300조원 규모 클러스터 조성 추진 등 산업수요를 감당할 기술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우수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맞춤형 가치사슬별 교육과 수준별 학습 병행 등 인프라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폴리텍대학은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가칭)폴리텍반도체대학 설립을 추진중이다. 반도체대학을 중심으로 지역거점 캠퍼스들을 센터화해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 누구나 원하는 시기에 일자리 매칭 및 경력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직업기술교육 플랫폼 모형 개발'을 해야 한다. 생애 단계별 교육훈련·경력개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온·오프라인 연계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국정과제 '전 국민 생애단계별 직업능력개발과 일터학습 지원'이 담고 있는 골자도 온·오프라인, 일과 학습이 융합된 통합 직업능력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원격훈련 플랫폼 구축까지 검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직업훈련에 참여해 일자리까지 연결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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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로봇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를 꽤 흥미있게 읽었다. 9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질문들은 대체로 AI로봇에 대한 경계심이 짙었다. 그 중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인간과 함께 보조와 지원을 제공하며,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 그 답은 왠지 믿음보다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의구심만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일자리를 침탈하는 적이 될지,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발전시켜줄 수 있는 반려가 될 지는 인간이 하기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AI의 일자리 습격에 맞설 단단한 기술 고도화와 AI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한다면 그 변화에 적응한 직업훈련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일자리 변화에 맞설 슬기로운 방패로 직업훈련의 미래를 꿈꿔보자.

임춘건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직무대리

〈필자〉 임춘건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직무대리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국회의원 보좌관 활동을 시작으로, 20여년간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두원공과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로 활동했다. 임 이사장 직무대리는 지난 해 12월 폴리텍대 기획훈련이사로 취임해, 반도체, AI디지털, 바이오 등 신산업 인재양성을 위한 학과 신설과 뿌리산업 기술고도화 개편 등 교육훈련 품질 향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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