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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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백지화된 것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가 처음이다. 국토교통부는 백지화 이후 행정 절차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어떤 절차를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남에서 양평까지 30㎞도 채 되지 않은 도로를 두고 온 나라가 뒤집혔다. 떠들썩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논란까지 잠재웠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을 때의 안과 달라진 노선이 김건희 여사 집안의 땅과 근접해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까지 이르렀다.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예타) 안과 타당성조사가 다른 이유와 대안 노선 선정 과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3일에는 출입기자들과 현장을 찾아 예타안과 대안 노선의 차이, 대안 노선을 도출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호우 속에서도 방송 촬영 기자까지 50명 가까운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타당성조사를 위한 용역에 참여한 동해종합기술공사는 △나들목(IC) 건설 △상수원보호구역 △국도와 연결했을 때의 효율성 △종점 JCT 환경 등 4가지 쟁점을 들어 대안 노선 도출 배경을 설명했다.

예타안의 종점인 양서면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40m 높이의 교량이 통과하고 있다.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이 구간은 터널과 터널 사이가 불과 1.2㎞에 불과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연결할 경우 중부내륙 터널을 확장해야 해 대안 노선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이 제시한 강하IC 지점은 광주와 양평의 경계에서 지방도 342호선을 지나는 곳으로, 해당 지점은 2차선 도로에 차를 돌릴 수도 없을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해 고속도로 IC를 내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곳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낼 경우 지역 자체가 상수원 보호구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에는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이 기자들을 만나 그간의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타당성 조사를 위한 설계사까지 앞세워 현장을 보여주며 대안 노선이 더 합리적인 점을 강조했다. 수차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특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설명이 부족해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민주당이 사과하면 재검토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해결책은 전문가도, 정책 타당성도 아닌 정치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혼란을 바로 잡을 길은 없을까. 먼저, 정치보다는 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때다. 누구도 원치 않은 '백지화'를 멈추기 위해 우선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다른 전문가들이 분석해 비판이든 동의든 할 만한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

국책사업을 두고 정쟁이 일었다고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쟁 때문에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사업 불능상태라고 했지만, 또 다른 정쟁으로 만든 것은 백지화 선언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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