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조주완표 LG전자, ‘포트폴리오 고도화’ 청사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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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취임 후 총력을 기울였던 '포트폴리오 고도화' 청사진이 나왔다. 그간 성장 동력이던 가전·TV 기업에서 과감히 탈피, 플랫폼·서비스에 기반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전환이 핵심이다. 하드웨어(HW) 중심 전통 주력 사업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 기업으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전은 LG'라는 수식어에 더해 '플랫폼은 LG'라는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포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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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사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경쟁심화...새로운 도전 필요

조 사장이 직접 발표한 미래 포트폴리오 청사진은 △비(非) 하드웨어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축이다. 203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3대 축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전략투자 등 50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도 밝혔다.

LG전자가 제조업 중심 HW사업 구조에서 탈피, 서비스·콘텐츠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은 갈수록 기존 사업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 영역에서는 지난 1분기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TV 사업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 60%가 넘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2분기 실적도 매출은 역대 2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두 번째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선방 중이다.

사업 면면을 뜯어보면 여기저기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유지하지만 지속된 수요둔화로 매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G전자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나 감소하며 시장 4위를 기록했다. 시장 2위를 확고히 지켰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중국 업체에 자리를 내줬다.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활용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 물량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에는 원자재, 물류비 등 부담이 커지며 TV 사업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전·TV 사업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안이 요구됐다. 조 사장은 지난해 초 취임과 함께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서비스화, 디지털화, 전기화 등 시장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업 구조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단을 내렸다.

조 사장은 12일 “오늘로 부임 551일째를 맞았는데, 그동안 23개국 지구 8바퀴 반에 달하는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직접 시장을 확인했고, 고객을 만나 왔다”며 “그 결과 가전으로 대표되는 과거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진정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30년 매출 100조 기업 선언, B2B 성과가 관건

LG전자는 3대 축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성공할 경우 2030년 매출 1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중 3대 축 영역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조원 이상이 목표다. 올해 LG전자 연간 매출(LG이노텍 제외)이 67조원가량 예상되는 가운데 6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자신한다는 의미다.

연 매출 100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LG전자가 3대 축으로 제시한 B2B사업 성과 창출이 관건이다. 비 HW 영역으로 꼽은 플랫폼·서비스 사업은 성장률은 높지만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 초기 시장임을 감안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먹거리로 키운다고 봐야 한다. 실제 LG전자도 2030년까지 B2B 매출액을 4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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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사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결국 전장을 중심으로 사이니지, 공조, 빌트인 등 B2B 영역에서 성장 목표 상당 부분을 채워야 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장 부문 매출을 두 배 늘려 연매출 20조원 규모 사업본부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전장 부문 수주잔고는 1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미 탄탄한 매출 구조를 다져놓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SW) 등 영역 진출을 가속화해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과 빌트인 가전 사업도 B2B 사업 핵심 요소다. HVAC 사업은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늘린다. 빌트인 가전 사업은 올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대거 출시,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선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톱5 빌트인 가전 업체 성장이 목표다.

신사업이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하느냐도 매출 100조 시대 조기진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신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을 꼽았다. 실제 LG전자는 그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꾸준히 눈독을 들여왔다.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가진 건강 데이터와 임상 역량을 LG전자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결합, 가전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이 목표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미국에서 지난해 말부터 암웰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사업화 시점은 미정이다. 메타버스 역시 기기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M&A 등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사장은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해왔던 방식과 속도로는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없다”며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퀀텀 점프하는 LG전자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