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상온에서 불이 붙지 않는 난연성 전해액을 개발했다. 리튬이온전지 화재 및 열폭주를 억제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윤석진)은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와 KAIST 서동화 교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용진, 백자연 박사 공동연구팀이 선형 유기 카보네이트의 분자구조를 제어해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9일 밝혔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리튬이온전지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폭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지 화재는 외부 충격, 노후화 등으로 전지 단락 시 발생하는데, 연쇄적인 발열 반응을 동반하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이 어려워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높다.
특히, 리튬이온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선형 유기카보네이트 용액은 인화점이 낮아 상온에서도 쉽게 불이 붙어 발화의 직접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지금까지는 전해질 난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해액 분자에 과량의 불소 원자를 치환하거나 고농도 염을 녹여 용액을 제조했다.
이에 따라 전해질의 이온 전달 능력이 저하되거나, 상용 전극과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경제성과 대량 생산성 측면에서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상용 리튬이온전지 전해액에 사용되는 대표적 선형 유기카보네이트 DEC 분자에 알킬 사슬 연장(탄소 원자를 추가해 길이를 늘리는 과정)과 알콕시 치환(알콕시 기를 유기 분자에 도입하는 방법)을 동시에 적용했다.
분자 간 상호작용과 리튬염 용해 능력을 높임으로써 인화점과 이온전도도가 함께 강화된 신규 전해액 BMEC를 개발했다.
BMEC 용액은 인화점이 기존의 DEC 용액보다 90°C 더 높은 121°C로, 이차전지 작동 온도에서 점화원 발생 시에 불이 붙지 않았다. 또 DEC에 단순히 알킬 사슬을 연장한 DBC(dibutyl carbonate) 용액보다 더 강한 리튬염 해리(화합물이 용해되면서 이온으로 분리되는 반응)가 가능해 난연성 강화 시 리튬 이온 전달이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함께 개발된 전해액은 충전된 양극과 함께 고온에 노출되어도 상용 전해액 대비 가연성 기체 발생이 37%, 발열이 62%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신규 전해액을 대표적인 상용 전극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 흑연 음극으로 구성된 1암페어시(Ah)급 리튬이온전지에 적용 후 500회 이상 안정적으로 구동시켜 호환성을 확보했고, 70% 충전된 4Ah급 리튬이온전지에 관통 시험을 실시해 열폭주가 억제됨을 확인했다.
KIST 이민아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불가피하게 전해액의 성능과 경제성 저하를 수반했던 기존 난연성 전해액 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개발된 난연성 전해액은 우수한 경제성과 고에너지 밀도 전극 소재와의 호환성을 갖고 있어서 기존의 전지 제조 인프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궁극적으로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고성능 배터리의 등장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생기원 백자연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BMEC 용매는 저비용 촉매를 활용한 에스터교환반응(transesterification)으로 합성하여 손쉽게 스케일-업이 가능하다. 앞으로 C1가스를 활용한 합성법을 추가로 개발하여 친환경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