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업계 최초로 국제 해역에서 자율운항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거제에서 대만까지 1500㎞를 항해,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십 분야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부터 이 달 1일까지 국제 해역에서 자율운항기술 실증을 성료했다고 6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탑재했다. 실증선은 거제를 출발해 제주도를 거쳐 대만 가오슝항까지 약 1500㎞를 운항했다.
이번 실증테스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레이더, 카메라 센서, 센서융합 등 첨단 자율운항기술 검증이 집약돼 이뤄졌다.
실증선은 운항 중 반경 50㎞ 이내의 선박, 부표 등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했다. 90번에 걸친 실제 선박과의 조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우회 경로를 안내했다.
특히 대형 선박의 운항이 빈번한 남중국해역에서 선박의 정면(헤드온), 측면(크로싱) 접근 시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정확히 제시하는 등 높은 수준의 자율운항기술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실증에서 자율운항시스템이 채택한 항로가 숙련된 항해사가 결정한 회피 경로와 90% 이상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증에 투입된 컨테이너선에는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상태기반 장비유지보수 시스템(SVESSEL CBM), 전자로그북(SVESSEL eLogbook) 등 다양한 최신 스마트십 솔루션이 설치됐다.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기술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목포 서해상, 남해 이어도와 제주도, 동해 독도에 이르는 950㎞를 자율운항한데 이어 국제 해역에서도 실증했다.
현재 미비한 자율운항기술 관련 규정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수산부로부터 SAS의 선박실증을 위한 선박안전법 특례를 업계 최초로 승인 받았다.
자율운항선박을 실제 해상에서 운항 테스트 할 수 있는 안전규정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항해선박 운영 전반에 걸친 위험성 평가 △위험 요소 식별 △위험 관리 방안 등 안전운항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해양수산부가 이를 검토·승인함으로써 자율운항 실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첫 사례다.
김현조 삼성중공업 자율운항연구센터장(상무)은 “작년 제주도와 독도를 돌아오는 실증에 이어 글로벌 항로에서도 실증에 성공함으로써 삼성중공업의 앞선 자율운항기술력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