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세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조치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부는 갈륨 비축 현황을 파악하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내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을 비롯한 이들의 화합물은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고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출업자는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 언론 환구망에 따르면 갈륨 세계 총 매장량 23만 톤 가운데 중국이 80∼85%를 점하고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 고글, 반도체 칩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특히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불리는 질화갈륨(GaN)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GaN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전력 반도체와 견줘 높은 전력 효율과 내구성을 갖췄다. 이동통신 기지국, 자율주행 센서, 전기차 내부 전원장치, 충전기 등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삼성전자도 2025년부터 GaN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 통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GaN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시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는 아니다”며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규제가 더 강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 외 수급에 민감한 품목까지 수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영준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시행이 아직 특정국 상대 수출 제한을 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국내 비축분 현황과 수입선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
산업부는 국내 업계가 약 40일간 쓸 수 있는 갈륨을 광해광업공단이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또 가스 형태로 주로 쓰는 게르마늄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비축 물량은 없지만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수입돼 공급선 다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했다.
주영준 실장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체처 발굴, 비축 등과 함께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물질 기술개발, 재자원화 등 대응역량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