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와이파이·공공 사물인터넷(IoT) 등 공익 목적에 한해 지방자치단체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는 자가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위탁하지 않고 직접 대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공공과 통신사업자간 중복 투자, 민간 공공사업(B2G) 침해 논란은 여전하다.
국회는 지자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허용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제7조)은 지자체나 공익 목적의 비영리사업으로서 공공와이파이와 공공IoT 사업을 하려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통신사는 민간사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등록하려는 사업자는 재정능력을 제출해야 한다. 개정안은 지자체의 경우 재정능력 대신 경비 조달 계획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무분별한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막기 위해 과기정통부 장관은 외부전문기관 심의를 받도록 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지자체의 통신서비스 직접 제공을 막아온 전기통신사업법 빗장이 30여년만에 풀리게 됐다.
서울시 공공와이파이를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주요 지자체가 보다 손쉽게 와이파이를 구축·운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와이파이 유지관리를 위해 공기업인 서울디지털재단에 관련 사무를 위탁을 추진했었다. 이제 담당 과 등 조직이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담당자는 “관련 법의 국회 통과로 법적 요건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공공서비스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자가망을 이용하게 될 지 아니면 통신사와 협력이 더 나을 지 등을 두루 검토해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추진 과정에서 국회가 민간 사업자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전국에 민간의 통신망이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공공와이파이·IoT로 민간 서비스와 설비경쟁을 하는 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통신사는 IoT 등 B2G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구축 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야하는 상황이다.
지자체 일각에서도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이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와 부산시 등 자가망을 충분히 갖추고 관련 역량과 인프라를 갖춘 지자체는 고품질 무료 공공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재정능력이 좋지 못한 곳은 제공하기 어려워 지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자체 기간통신사업 허용은 통신산업을 민간으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아쉽다”이라며 “법안이 통과된 만큼, 새로운 사업전략을 고민해야할듯 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부가통신사업자가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번호안내서비스의 제공 대상에서 개인 휴대전화번호 배제 △기간통신사업자가 구내용 이동통신설비를 건축주 비상전원단자에 연결하도록 의무 부여 등 내용을 포함한다. 개정안은 국무회의의결·대통령 법안 공포를 거쳐 올해말 또는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