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비중요업무에 SaaS 도입 규제 샌드박스 하반기 추진

금융위원회가 비중요업무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이용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하반기 추진한다. 금융권이 망분리 한계를 극복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금융위는 6월까지 비중요업무에 SaaS 도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기업 신청을 받고, 8월경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사업에 착수한다.

금융권은 업무망을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분리하는 망분리 규제를 받는다. 외부 컴퓨팅 자원에 접속해 서비스를 받는 SaaS 등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큰 걸림돌이다. 망분리 완화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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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은행 연합 클라우드 중요업무 구분 기준

금융업계는 SaaS 도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그룹 IT자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온프레미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SaaS 도입이 가능해지면 외부 클라우드 전문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비중요업무 규제만 풀어도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여지가 많아 금융권은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결합, 금융과 무관한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 플랫폼에서 인사업무, 마케팅, 고객관리, 재무관리, 업무협업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통신과 결합 서비스도 가능하다. 지금은 망분리 규제로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서비스는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과 통신 데이터 결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에서 신용평가할 때 통신비 납부 내역도 포함하는 등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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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 사업 '리브엠'을 시작했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 도입되는 규제 샌드박스에는 '중요업무'와 '비중요업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고유식별정보나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거나 전자금융거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모두 중요업무로 분류했었다. 지난해 11월 의결된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중요업무 기준은 세분화됐다. 금융위는 이를 종합해 중요업무 여부를 판단한다.

윤대균 아주대 교수는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중요업무 기준이 세분화됐지만 중요업무와 무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 내부통제 역량이라는 불명확한 기준, 이를 종합 판단한다는 모호함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해도 중요·비중요 기준이 불명확해 금융권은 실행 단계에서 혼선을 겪을 것이고, 적극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은행 연합회(ABS)는 지난 2019년 '클라우드컴퓨팅 구현 가이드'에서 중요·비중요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고객정보, 직원정보, 회계 관련 데이터 등은 중요 업무로, 은행·신용카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직원 데이터는 비중요 업무로 분류했다. ABS처럼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 SaaS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은 JP모건, 스탠다드차티드, 로이드 같은 글로벌 금융사 핵심 데이터를 직접 관리한다”며 “금융권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해 국내 금융권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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