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78〉이차전지 산업의 최종 승자는 안정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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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최근 국내외 경제에서 가장 초미의 관심 산업 하나만 꼽으라면 이차전지 산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태동기에 접어들었고, 향후 이차전지 시장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판단과 개인 투자자 차원의 판단이 맞물리면서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생산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각 기업별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중으로 급격한 생산능력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실제 생산량 증가에 따른 매출의 가파른 상승은 2~3년 후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2023년 이후 글로벌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며, 3사 모두 해외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어 국내에서의 수출량은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먼저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전환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과의 합작투자 형태로 이차전지 공장을 신설 중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전지합작사를 설립해 오하이오와 테네시주에 연 5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 구축 중이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연 250만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13조원 규모 공동 투자를 진행 중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로 소재업체들의 밸루 체인이 셀 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재업체들의 해외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전지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자원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자칫 훈풍이 불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리튬, 양극재(니켈, 코발트), 전해액 소재(리튬염, 용매, 첨가제)용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급 의존도가 높은 중국 내 수산화리튬, 이산화티타늄,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의 가격이 특히 크게 급등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이차전지의 수요에 따라 국가별 핵심기술 및 자원의 무기화 추세가 우려되고 있다. 이차전지의 주요 전방산업인 전기자동차 및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차전지 셀 제조 산업뿐만 아니라 최후방 산업인 희소금속 및 소재 산업까지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자원 및 광권 보유국인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이차전지 시장은 지금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기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시장에 빨리 출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기업들이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 이차전지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성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에도 ESS 및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리콜 사태로 전지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정성의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국내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들에서도 화재 등 다수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안정성 이슈는 특정 국가의 산업 내지 기업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으며, 부풀려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순간에 그동안 투자해 온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물론 국내 업체들도 이러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리튬이차전지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리튬이차전지 시장의 부분적 대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금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마음으로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향후 또 다른 형태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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