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스튜디오 산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타필드’ 지원 언어에서 한국어를 배제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한글 자막 지원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30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서명했다. 직접 한국MS 서울 사무소를 찾아 현지화 제외에 항의하며 스타필드 불매를 선언하는 1인 시위까지 등장했다.
18일 게임업계에 글로벌 전자 청원 플랫폼 ‘체인지닷오알지’에서는 MS 본사와 한국MS, 베데스타를 상대로 스타필드 한글화 지원을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내 이용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스타필드 현지화 지원 부족을 가장 큰 흥행 실패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데스다는 스타필드 공식 홈페이지 지원 언어에서 한국어를 제외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는 더빙까지 이뤄졌고 중국어 간체도 자막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 시장을 위한 현지화 작업은 별도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스타필드 한글화 배제 여파는 제작사인 베데스다에 대한 불만 제기를 넘어 MS와 엑스박스 진영 전반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결국 서울 광화문 한국MS 본사 앞에 루리웹 등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국시장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온 MS와 엑스박스에 누적된 이용자 불만이 스타필드를 계기로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게임업게에서는 지난해 트럭시위, 마차시위 등으로 표출된 게임 이용자 집단 행동이 PC·콘솔 분야로 전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한글화 작업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스타필드는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베데스다가 방대한 우주 세계관을 배경으로 선보인 신규 지식재산(IP)이다. 1000개 이상 행성을 탐험하고 개척지를 건설하거나 전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PC와 콘솔 게임을 즐기는 많은 이용자가 스타필드 출시를 기다렸다. 사전예약 페이지가 한국어로 마련되고 스타필드 콘셉트가 적용된 게임패드와 게이밍 헤드셋 등 주변기기까지 국내 판매가 이뤄지면서 한국어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전세계 4위 규모다. 모바일에 비해 적은 비중을 차지하던 PC와 콘솔 플랫폼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요가 크게 늘며 중국, 일본 못지 않은 핵심 시장으로 성장했다. 사이버펑크2077을 비롯해 최근 출시된 해외 트리플A급 주요 신작 역시 대부분 한국어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추세다.
스타필드 국내 유통사 에이치투인터랙티브는 질의응답 페이지 내 현지화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영문판으로 출시 예정으로 한국어 지원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한국MS 관계자 역시 “현지화 관련해서 답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