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림을 제작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아졌어요. 이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고, 발전한 기술력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더러 있어요. AI가 특정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하고 모방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서 있을 곳은 더욱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이는 작가의 저작권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 창작자 입장에선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직은 AI가 그린 웹소설 표지와 웹툰이 크게 상용화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씩 각 분야에서 등장하는 추세예요. 인공지능으로 만든 캐릭터로 영상도 만드는 시대가 왔으니 웹툰 쪽도 이런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겠죠. AI가 웹소설 표지와 웹툰을 그린 것 같다는 말이 나오면 SNS에서는 한차례 논란이 일어요.
최근 한 웹툰에서 또다시 AI가 그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요. 작품 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꽤 있었거든요. 같은 캐릭터의 얼굴이 한 화 안에서만 여러 번 바뀌기도 하고, 머리의 세부적인 부분들이 컷마다 달랐어요. 건물 지붕의 형태가 어긋난 것은 물론 캐릭터의 신체 비율도 매번 달랐고요.
그럼에도 기술력이 발달함에 따라 AI와 인간이 그린 그림은 점점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AI와 사람이 그린 그림은 서로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바로 ‘손‘에 있다고?
아직 인공지능은 인간의 손을 완벽히 따라 하지 못해요. 최근 AI 그림 프로그램 미드저니 V5는 완벽에 가까운 손 묘사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자랑했어요. 하지만 대다수의 AI 프로그램은 아직 인간의 손을 실물에 가깝게 묘사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에요.
미드저니 V5의 기존 버전인 ‘미드저니’에 올라온 사진들만 보아도 판단 가능해요. 인공지능이 그린 손은 손가락 마디의 굵기가 서로 다르거나, 손가락의 개수가 이상하거나, 떨어져 있어야 할 마디가 서로 붙어 있거나, 손가락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거나 하기 일쑤예요.
저도 이번에 인공지능에게 짧게 명령을 내린 뒤 이미지를 만들어보았는데요. 여자 이미지는 손가락이 여섯개였고, 남자는 비교적 정상적인 손 모양으로 제작됐어요. 하지만 남자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의 연결이 약간 어색하긴 했어요. 남자는 여자 이미지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명령을 내려서인지 상대적으로 좀 더 결과물이 나았어요. 손이 보이는 남자 사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인공지능 사이트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활용)
독자들이 웹툰을 보다가 인공지능의 손길이 닿은 게 아니냐 하고 감지하는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웹툰 같은 경우에는 인물들의 손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거든요. 인물이 손을 감추고 있거나, 뒤에 배경으로 서 있는 인물들의 손가락이 이상하거나 하는 부분에서 사람이 그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곤 해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은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이 작품을 사람이 그린 것인지 인공지능이 그린 것인지 긴가민가하다면 배경의 비율이나, 인물의 손가락에 집중해 보세요. 약간의 실마리가 잡힐지도 몰라요.
인공지능은 왜 ‘손’만 유독 못 그릴까?
심플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인공지능은 ‘학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이는 양날의 검이죠. 학습을 통해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지만, 학습시킨 것 선에서만 최대치를 뽑아낸다는 점.
학습 데이터에 다양한 비율과 형태의 그림이 충분히 포함돼 있지 않을 경우,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비율이 틀어질 수 있어요. 인공지능의 입장에서는 얼굴, 몸통, 다리와 같은 부분은 중요하지만 ‘손가락’ 같은 부분은 아니거든요. 인간은 어떤 포인트에 좀 더 신경을 써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실물에 가깝게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인공지능은 “손가락이 다섯 개 있고 어떠한 형체에 어떠한 피부색을 가진 손을 그려줘”라고 재차 요청하지 않는 이상 창조시킬 수 없어요. 그것이 완벽에 가까울지도 의문이고요. 또 한 부분에 치중한 명령을 내리면 다른 부분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AI 특성상 손가락은 잘 그려낼 수 있지만, 이외의 신체가 뒤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요.
굉장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인공지능도 완벽에 가까운 ‘손‘을 그려낼 거예요. 머지않은 미래라는 느낌은 들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이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잘 해내는 것 같아요. 툴을 활용해 인공지능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작가들도 있는데요.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력이 발표되고 있는 시대인 만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어요. 무자비하게 학습하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작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도 고민해 보아야 할테고요.
아직까진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발감을 가진 이들도 있어요. 평생 학습하고, 연습해 온 부분을 기계가 순식간에 따라 해 내면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우려 때문인지 인공지능으로 만든 작품은 미리 표기를 해두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슬프게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제가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막으려고 해도 미래는 계속해서 바뀔 거예요. 막을 수 없다면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로 인해서 새로운 직업들이 또 탄생할지도 있는 부분이고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