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대는 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이 폭발로 일부 무너진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폭발의 배후를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이 이날 오전 폭발로 붕괴됐다.
저수량 18㎦(한국 충주호 6.7배 규모)에 달하는 카호우카 댐이 무너지면서 댐 하류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이 홍수로 최소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댐 폭파로 인한 홍수는 인공위성에도 선명히 포착됐다. 폭파 전만 해도 수문을 통해서만 쏟아지던 물이 폭파로 인해 한꺼번에 쏟아지는 모습이다.
또한 댐 상류에 있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포리자 원전이 이 댐에 저장된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어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카호우카 댐은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크름반도(크림반도)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폭파 배후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라고 주장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환경학살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한다.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범죄다.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에 따르면 국제법은 민간 인프라 파괴를 금지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이 폭발 당시 댐을 불법적으로 점거·통제하고 있었다면서도, 폭발이 의도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 댐은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전력 공급에 도움을 주기에 생명에 대한 손실 외에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서 인도주의 파트너들과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정보기관이 조사 중”이라면서 폭발의 배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다만 “만약 의도된 것이라면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가장 큰 공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이번 폭발을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단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카호우카 댐 파괴는 수천명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벌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혹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잔인무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민간 기반 시설 파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면서 “러시아와 그 대리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