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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 보조금을 감사한 결과, 1조1000억원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드러났다. 이들 민간단체는 횡령과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 사적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으로 ‘혈세’를 탈취했다.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에 이른다. 추가 감사에 따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횡령 등 사안이 심각한 80여건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다. 목적 외 사용, 내부거래 등 300여건은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이 수석은 “별도로 각 부처가 추가적인 비리와 부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적발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 사업 뿐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같은 결과를 보고받고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이지 않게 철저하게 감시하고 관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했다.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 사업에서 1865건 부정·비리가 드러났다. 현재까지 우선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에 이른다.

A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260만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 등 정치적 강의를 설파했다. 원고 작성자도 아닌 자에게 지급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했다.

B협회연맹 사무총장 C씨는 사적 해외여행 2건, 허위출장 1건 등 총 3건 출장비 1344만원을 착복했다. 기념품 제작비 1937만원을 받아 제작하지 않거나, 지출근거 없이 2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D이산가족 관련 단체는 전직 임원 휴대폰 구입비와 미납통신비, 현 임원 가족이 쓴 통신비 등에 541만원을 지출했다. 임원 소유 기업의 중국 사무실 임차비로 1500만원을 유용했다.

시민단체 E는 강의실, PC 설비, 상근직원 등이 없어 보조금사업 수행 자격이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공동대표 중 1인이 이사장인 학원의 시설,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기재해 일자리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부정수령했다.

F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2020년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245건 180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유흥업소, 주말·심야 시간대에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 확대된 일자리지원사업은 규모에 비해 대상자 모집이 어렵게 되자 직장인과 창업자, 이미 지원을 받은 이들까지 서류를 조작해 일자리지원금이 지급됐다. △어린이집 원장이 이체증명서를 포토샵으로 위조해 운영비 횡령 △1회만 개최한 행사를 사진 속 현수막을 조작해 여러번 개최했다며 부정수급 △동일 장소에서 참석자 배치나 복장을 바꿔 재촬영한 뒤 다른 날짜로 조작해 보조금을 타낸 사례 등이다.

정부는 강력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보조금 1차 수령단체 뿐 아니라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단체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하도록 한다. 지자체 보조금 시스템도 종이 영수증과 수기 장부 대신, 전자증빙 기반 보조금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한다. 또 부처 재량에 맡겨진 현 관리체계를 기획재정부 총괄 44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해 매 분기별로 점검한다.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 창구를 정부 대표 포털 ‘정부24’까지 확대한다. 포상금 상한도 높인다.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한다. 이 수석은 “금번에 적발된 사업, 최근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 선심성 사업 등은 과감히 구조조정할 것이다. 우선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부터 금년 대비 5000억원 이상 감축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