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인성은 1929년 우리 근대화단에서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어처구니없는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점차 대중으로부터 잊혀진 화가 이인성의 짧은 생애를 소개해 본다.
1912년생 화가 이인성은 대구출신으로, 공교육은 수창공립보통학교 최종학력의 화가였다. 집안은 가난했으나 보통학교시절부터 미술적 재능이 뛰어나 미술과목 만큼은 언제나 만점을 독차지했다. 그의 천부적 재능은 일찌감치 인정받으며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인 서동진에 눈에 띄어 예비 화가의 길에 서게 된다. 보통학교 졸업 후 예술가의 아지트였던 대구미술사에 취업을 알선받아 일하면서 숙식하고 미술공부도 할 수 있었다. 화가 서동진은 이인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으며 실질적 부모의 역할까지하며 진정한 스승이자 은인이 됐다.
이인성이 화가로 알려진 계기는 열일곱살때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스승 서동진과 처음 입선하면서부터다. 스승 서동진은 언론 인터뷰때 자신보다 제자 이인성의 입선이 주목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후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이인성은 스승을 앞질러 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 경이로운 기록부터 화가로서의 탄탄대로가 열리게 되며 그의 평생의 수식어인 천재소년 이인성으로 불려지게 된다.
도쿄로 유학간 그후 이인성은 취직한 킹크레용 회사에서 제공한 화구를 맘껏 사용하며 개인 아틀리에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쉼 없는 그림을 그려내었다. 유학시절일지라도 사실 그는 이때부터 조선과 일본의 화단을 상대로 어엿한 화가로 활동했으며 조선미술계에 공인된 최고 전람회에서 그가 일본에서 제작한 그림이 매년 특선과 최고상을 차지했다. 이 시기 이인성의 대표작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등을 쏟아냈다. 낭만과 허무가 공존하는 조선의 향토를 갖가지 상징과 시대적 혼란과 희망의 은유를 더하여 연출된 걸작이 발표되며 1930년대 식민조선에 이런 대담한 유화를 그릴 수 있는 화가가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 됐다.
그가 일본에서 유학했던 시기의 일본인 화가들은 유럽유학파 미술가들이 고국인 일본에서 서양화단을 이끌고 있었고, 일본 미술계도 인상파, 후기인상파, 야수파 등 서양의 근대적 유파를성행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이인성은 꾸준히 모네, 세잔, 보나르, 마티스, 고갱 등 각 유파를 대표하는 화가의 화풍을 익혀 수용하며, 이인성만의 ‘향토적 심미주의’가 녹아져 우리 민족의 서정성이 근대 서양화 양식의 토대가 되었다.
이인성은 해방 뒤 이화여고 교사로 재직하며 조선미술문화협회와 회화연구소를 꾸려 독립된 나라의 미술가로서 새 삶을 꿈꿨으나 해방의 기쁨으로 술에 취해 귀가중에 시비로 시작된 경찰의 총기 오발 사고로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한국 근대미술사에 레전드였던 요절작가 이인성은 일제강점기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는 수많은 작품으로 현재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기에 우리는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
이제 그가 지닌 예술향기는 이인성미술상으로 남겨져 있다. 그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대구에서 2000년 발족됐다. 현재까지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작가 22명은 모두 한국미술계의 거목들로 우리미술계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시보는 서양화가 이인성의 민족혼을 새겨보길 바란다.
김미경 케이씨글로벌(Artspace KC) 대표 1223m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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