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봉하마을’로 총출동했다. 지도부 리스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국민의힘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섰다. 반면에 각종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은 추도식을 계기로 당내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를 비롯해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윤희석 대변인 등이 함께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아울러 2020년에는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2022년에는 이준석 당시 대표가 추도식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행보는 국민의힘이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 등 지도부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념, 지역, 세대, 성별 등을 둘러싼 무수한 갈등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보여주셨던 ‘통합과 원칙의 가치’를 떠올려 본다.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청년의 희망을 짓밟거나 공정,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통합과 상생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노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도부도 봉하마을로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박광온 원내대표 등 주요 지도부와 당직자 등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정치의 책무’를 강조하며 당내 통합을 외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어느덧 열네 번째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고난 앞에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또 “대통령님 떠나시고 한동안 우리를 지배한 건 울분과 허망함, 지키지 못했다는 비통함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 가슴 속 그리움은 용기로, 분노는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며 “너무 더딘 것 같아도, 또 패배감과 무력감에 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역사는 반드시 전진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믿음을 어깨에 진 채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눈밭 첫 발자국 같은 당신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 길 따라 가겠다”면서 “당신께서 그러셨듯 길이 없다면 새로운 길을 내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는 것이 정치의 책무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임 후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김정숙 여사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등 민주당 원로 인사들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봉하마을을 찾아 추도식에 함께했다.
정부 측 인사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특히 한 총리는 참여정부 때 국무조정실장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지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14번째 추도식 주제는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였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저서 ‘진보의 미래’에 나온 구절이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