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배터리 소재 매출을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0조원은 지난해 실적보다 6배 큰 금액으로,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6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주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전지 소재 매출을 2022년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로 6배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이를 위해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 CNT 등 부가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연구개발(R&D)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력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시장 리더십 강화를 위해 한·중·미·유럽 4각 생산 체계를 갖추고 올해 12만톤 규모 생산능력을 2028년 47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외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 올릴 방침이다.
기술적으로는 파우치와 원통형 배터리 중심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니켈 비중이 95%를 넘는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양산하고, 단입자 양극재 기술 적용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짓는 소재로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통상 니켈 비중이 80% 중반을 넘으면 하이니켈 양극재로 부르는데, LG화학은 95% 이상의 고성능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또 성장하는 전기차 대중 소비 시장 공략을 위해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리튬인산철(LFP), 망간리치(Mn-Rich) 등 중저가 양극재 제품군으로 사업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고부가 제품 뿐만 아니라 보급형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배터리까지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분리막은 LG화학이 자체 보유한 코팅 기술력과 원단 기술을 보유한 도레이와 협업을 통해 한국, 유럽, 미국 시장까지 입지를 확대하는 한편 CNT, 음극바인더(음극 활물질의 안정화 작용), 양극분산제(양극 도전재를 양극재 내 균일하게 분포 및 분산) 등 전지 부가소재 사업도 강화해 배터리 소재를 대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연 매출 30조원은 LG그룹 내에서 규모가 상당한 사업이다.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뛰어 넘는다. 그 만큼 배터리 소재의 성장성이 크고 미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아울러 차세대 시장을 대비, 퓨어 실리콘 음극재와 전고체용 전해질, 에어로겔을 비롯한 배터리 화염차단소재 등에서도 성장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또 다른 사업 축인 친환경 소재의 경우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해 관련 매출을 2022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확대하며, 신약 사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5개를 보유한 매출 2조원 규모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공략을 위해 기계적 재활용에 이어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 1분기에는 자연에서 산소, 열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전지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의 매출 비중이 2022년 21%에서 2030년 57%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중심축이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동력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근본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