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80〉아마존의 또 다른 꿈과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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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캘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카오틱스'에서 현재 비즈니스 상황을 카오스(혼돈)라고 정의하고 카오스를 일으키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를 초경쟁(hyper competition)이라 제시했다. 또 초경쟁으로 경쟁력은 지속해서 재생산되고 약화되고 파괴되고 재창조된다고 했다.

2000년대 초 필자가 통신사에서 케이블TV로 직장을 옮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유료 방송에 경쟁이 도입되는 시점이었는데 “우리 경쟁자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경쟁사는 통신사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이유를 다시 묻는 사람이 많았다.

“디지털시대 우리의 싸움은 홈게이트웨이 싸움이며, 댁 내 홈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셋톱박스를 차지하는 싸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기억이 있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만약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면 그 선상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답을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일상이 모바일 중심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댁 내 홈게이트웨이뿐만 아니라 모바일 중심의 퍼스널 허브(personal hub)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초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의 본질과 그 본질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속성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미국 방송기자재박람회(NAB쇼) 때 아마존이 자사 파이어TV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산업의 본질과 경쟁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추구하고 있는 그들의 꿈과 야망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아마존 파이어TV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과 보고 싶은 콘텐츠를 쉽게 찾기 원하는 사용자 니즈에 맞는 홈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TV를 넘어 다른 기능까지 제공하는 허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2년 전부터 파이어TV가 장착된 스마트 TV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마트TV로 콘텐츠를 시청할 뿐만 아니라 캘린더 스케줄, 메모장, 온도조절장치, 도어벨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위젯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마존이 스마트TV를 제조하려는 건 본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한다. 단지 고객의 고민과 문제점에 귀를 기울였고, 그에 대한 대응과 해결책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점 인식에 앞서 해결책 찾기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스마트TV를 제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간단함과 편리함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이어TV 기능에 포함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장착된 도어 장치는 핸드폰 앱을 열지 않고서도 방문자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평균 하루 4시간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사람에게 스마트TV는 단지 TV의 기능을 넘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시청자에게 편이함을 제공하는 유틸리티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아마존의 생각이다.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홈게이트웨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파이어TV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모아서 제공하기를 원한다. 복잡한 스트리밍 시대에서 스포츠, 뉴스, 숏폼, 뮤직비디오, 무료·유료 콘텐츠 등을 고객이 쉽게 찾아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고객들 중 40% 정도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TV와 VoD 서비스 이동에 평균 6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이 모든 서비스를 한 군데 모아서 쉽게 찾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나아가 콘텐츠의 출처도 알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아마존이 추구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e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옵션으로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용이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강의 글로벌 플랫폼사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아마존 프라임서비스를 통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파이어 TV로 홈게이트웨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경쟁의 전선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펼쳐지고 있는 혼돈의 시대에 홈 게이트웨이 뿐 아니라 퍼스널 허브까지도 국내에만 한정된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초경쟁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진정한 플랫폼화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귀를 기울여서 그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해야만 초경쟁시대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