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SW개발사, 불법SW 내용증명 무차별 발송…기업들 "가뜩이나 어려운데" 울상

코로나 사태를 어렵게 견뎌온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이번엔 해외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로부터 불법SW를 사용했다며 저작권료 '청구서'를 잇달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SW개발업체들이 법무대행사를 통해 최근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지원기관에까지 무작위로 인터넷 프로토콜(IP) 접속사실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SW개발업체들이 '저인망식' 단속을 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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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해외 SW개발업체는 자사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IP를 통해 확인한다. 자사 프로그램 실행 시 자동으로 전송되는 접속 날짜와 시간, IP 주소 등을 수집해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법무대행사를 통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회사로 내용증명을 보내 협상한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사고소나 민사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한다.

내용증명 공문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상당수는 소송 전 단계에서 정품사용료 일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협상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지불액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해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기업들은 “정품SW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된 작은 규모 기업에까지 저인망식으로 단속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국내 로봇관련 기업 A사는 최근 해외 유명 SW개발업체 B사로부터 자사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사용했다며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통고를 받았다. B사는 IP를 확인한 결과 자사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법무대행사를 통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수천만원의 정품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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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A사는 내부 프로그램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B사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내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했거나 외주업체 직원이 회사를 방문, 개인 노트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C기관은 최근 해외 SW개발업체로부터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며 내용증명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관은 내부 감사를 통해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사용 중인 프로그램이 모두 정품인 것으로 확인돼 공문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관 관계자는 “저작권을 지켜야하는 것은 맞지만 여러 다양한 케이스가 있는 데도 해외 SW개발업체들이 광범위하게 무작위로 단속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면서 “특히 재정 상황이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실제로 합의하거나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회사 운영자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내용증명 공문을 받더라도 자체 조사를 통해 정품만 사용했다고 판단되면 소송을 통해 해명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정품을 사용해 이 같은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평소 정품 사용에 대한 직원 교육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파악한 2022년 불법복제 SW 사용 제보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보·접수된 전체 762건 불법복제 프로그램 중 237건(31%)이 '일반사무용 SW'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설계용 SW 188건(25%), 운용체계(OS) 128건(17%), 그래픽 SW가 각각 116건(15%)을 차지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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