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에 디스플레이 1위를 뺏긴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천문학적 자금 등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반면에 국내 기업은 정부 보호는커녕 불공정 지원이라는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싸우니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토지, 용수, 전기 등 시설 대부분을 무상 지원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법인세를 감면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격려금을 지원한다. BOE는 10.5세대 LCD 공장 건설에 총 7조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허페이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이 90%를 지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적자가 나도 보조금을 줬다.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우리 기업들이 그래도 OLED 기술은 놓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면서 신기할 정도다.
국가대항전으로 번진 첨단기술경쟁이 이제는 반도체를 향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이 반도체에 보조금을 뿌릴 태세다. 반도체는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해외 업체를 자국 내에 유치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낙관도 금물이다. 최근 산업경쟁은 미래를 놓고 다투는 패권경쟁 양상을 띠고, 모든 정책은 자국 이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같이 실기해서는 안 된다. 국가대항전이 된 이상 기업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가 산업을 위해, 국익을 위해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 반도체마저 놓치면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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