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구실탐방]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생산 '세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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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의 박정훈 가속기 동위원소 개발실장이 사이클로트론 구조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이곳의 사이클로트론종합연구동에서 세계 수준 성과를 내는 '나선형 양성자 가속기'(사이클로트론) 장치·시설과 연구진을 만났다.

박정훈 가속기 동위원소 개발실장이 사이클로트론 장치로 기자를 안내했다. 기자가 두 팔을 벌린 것보다 지름이 큰 원통형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박 실장은 본체를 가리키며 “내부에 나선형 궤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양이온과 전자 2개로 이뤄진 수소 음이온이 이 궤도를 돌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 전자를 제거한 뒤 '빔라인'을 통해 밖으로 인출(빼냄)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최고 가속 시 에너지가 30메가일렉트론볼트(MeV)로, 1.5V 건전지 2000만개에 해당하는 전력”이라고 밝혔다.

인출 양성자를 미리 준비한 표적 물질 원자핵에 충돌시키고 고순도화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다.

우주 소재 연구에도 쓸 수 있다. 양성자가 아닌 중성자를 활용한 연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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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라인과 연결된 동위원소 생산시스템

박 실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매우 높은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저마늄-68(Ge-68)과 같은 암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미국에도 수출한다”면서 “중국에도 Ge-68 수출을 모색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방사성 동위원소 수입국이었지만 이젠 역량을 인정받아 수출까지 이뤘다는 것이다. 기존 생산은 물론 최근 쓰이는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도 생산하면서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동위원소 생산시설과 고순도화 시설(핫셀), 타겟 트리(표적 물질) 등을 돌아본 후 제어실까지 살펴봤다. 제어실에서는 공영배 책임연구원 안내로 이곳 사이클로트론이 얼마나 첨단화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공 책임연구원은 그가 앉아 있던 책상 모니터 화면에서 '오토 스타트' 버튼을 가리키고는 “버튼 한 번 클릭만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생성까지 전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시스템과 자동화 체계를 우리 것으로 바꾸는 것도 곧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을 기관 자체 역량으로 이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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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배 책임연구원이 사이클로트론 제어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듣자 곳곳에 비치된 공구들을 봤던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는 자체 기술력으로 시설을 이뤘다는 방증이다. 외부 기술을 빌렸다면 유사시 사람을 부르면 될 일이다. 구태여 공구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함께 한 박 실장은 “당초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이곳 사이클로트론을 시제품으로 개발했지만 이후 10여년에 걸친 연구개발(R&D)과 업그레이드를 거쳐 순수 우리기관 기술로 시스템 완성을 목전에 뒀다”면서 “완전 자율화는 물론 향후 70MeV 기술까지 확보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박 실장은 기술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자율 운전 시스템과 같이 해외 선진국도 구현에 애먹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사이클로트론을 비롯한 모든 관련 기술과 시설을 '토털 패키지'로 외국에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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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내 곳곳에 자리한 공구류 중 일부.

박 실장은 안내를 마무리하며 일당백 연구진이 이들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사이클로트론과 동위원소 생산 등을 책임지는 인원은 총 8명. 박 실장은 “해외였다면 약 30명 인원이 이 정도 시설을 담당한다”면서 “개개인이 너무 출중해 어려운 인력 상황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궁극적 목표는 나라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박 실장은 “우리가 기술 자립에 힘쓰는 것은 그 자체도 국가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기술 수출 및 시설 등 유지가 국내기업 성장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선순환 생태계 조성으로 국가 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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