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유통업체 체감경기가 2분기에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와 야외활동 증가로 경기회복 기대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국내 RBSI는 2021년 3분기(106) 이후 2년 넘게 100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2분기(99)와도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3분기째 내리막길을 걷던 전망지수가 4분기 만에 상승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한상의는 “4년 만의 마스크 의무 해제와 온화한 날씨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일부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에 부채상환이 늘고 대출은 어려워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먹거리 등 생활 물가 수준이 높아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하회한 가운데 백화점(71→94)은 업태 중에서 가장 양호한 전망치를 보였다. 대형마트(83→87), 편의점(58→80), 슈퍼마켓(49→58), 온라인쇼핑(65→66) 등도 전망지수가 올랐다.
백화점은 소비심리 위축, 해외여행 재개 등 영향으로 그간 성장을 견인했던 명품 실적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해제와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화장품, 패션 등 외출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형마트(87)는 고물가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일, 특가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어 매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뜻한 날씨에 따른 외출 증가로 외식이 늘고, 가공식품 등 서민 먹거리 물가가 높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편의점(80)은 도시락 등 즉석식품·가공식품 수요가 꾸준한 데다 봄철을 맞아 유동인구와 나들이객 증가가 예상되면서 매출 상승에 대한 가장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대비 5% 인상된 최저임금은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해 전망치 상승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마켓(58)은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주요 매출 품목인 식품은 온라인·편의점은 물론 동네 식자재마트와도 경쟁이 치열하고, 출점규제로 매장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아 비관적 전망이 높다.
온라인쇼핑(66)은 엔데믹에 따른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비대면소비에서 대면소비로 소비의 흐름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전망치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는 최근 경영 애로요인으로 소비 위축(38.2%), 비용 상승(22.8%), 소비자물가 상승(15.4%), 상품매입가 상승(10.6%), 경쟁 심화(8.0%) 등을 들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저성장시대에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가성비 쇼핑을 선호한다”며 “높아진 물가·금리 수준으로 인해 제한된 소비여력을 극대화하려는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