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전조차장역 탈선 사고는 평소 선로관리가 부실했던데다 복잡한 관제체계로 선로변형이 발견됐는데도 방치한 탓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관제체계를 중앙관제로 일원화하고 선로 이상 징후 발견 시 열차 운행을 통제할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3시 20분경 경부고속선 상행선 대전조차장역 구내(대전 대덕구 소재)에서 발생한 SRT 궤도이탈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3일 발표했다.
원인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중계레일임에도 선로유지관리가 미흡했으며, 사고발생 약 1시간 전 선로변형이 발견되었으나 적절한 통제나 보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사고로 승객 11명이 부상을 입었고, 차량, 레일, 침목, 궤도회로 및 전차선 설비 등이 파손됐으며, 211개 열차가 운행에 지장을 받았다. 총 69억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사고 당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다. 온도상승으로 장대레인의 중계레일 부분이 팽창한 상태에서 여러 대의 열차가 통과하며 선로변형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레일 부분은 일반레일 부분보다 도상 침하와 뜬 침목 발생 가능성이 높았고, 궤도강성 차이로 레일 표면이 큰 힘을 받게 되는 등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었다. 이미 궤도 뒤틀림이 보수기준을 초과했는데 저항력을 만들어주는 자갈이 부족해 궤도가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 사고발생 약 1시간 전 선행열차(KTX) 기장에 의해 선로변형이 발견됐지만 관계자의 보고체계 미준수와 부적절한 용어 사용 등으로 적절한 통제와 보수도 이뤄지지 못했다.
사조위는 관제와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코레일에 5건, 운행사인 SR에 1건, 국가철도공단에 3건 등 총 9건의 안전권고를 발행했다. 중계레일이 설치된 1767개소의 취약점을 보완하거나 취약개소로 지정해 관리하고 궤도 뒤틀림은 적기에 보수하고, 도상자갈 부족 구간은 신속하게 보충할 것을 지시했다. 선로의 변형 발견 시 긴급 정차 판단기준 마련하도록 했다. 국가철도공단에는 도상 침하 및 뜬 침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중계레일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적했다.
국토부와 철도공단, 코레일은 관제체계와 유지보수 기능을 혁신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역·중앙관제·운영상황실로 분산된 복잡한 관제체계를 중앙관제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선로 이상 징후 발견 시 시설직원의 판단을 통해 열차 운행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번 사조위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여 현재 진행 중인 철도안전체계 개편 과정에 반영하여 현장에서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 외의 개선 권고사항도 차질없이 이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런던(영국)=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