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적으로 불붙은 비트코인에 관심이 증대하면서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지, 가상자산이라는 것이 화폐인지 증권인지 상품인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인지, 분리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많은 논란과 토의를 거쳤다. 한국에서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은 분리할 수 있어야 블록체인이 유용한 기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정부 정책은 블록체인 기술은 개발·장려하고 가상자산은 투기성이란 이유를 들어 규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후 국내 블록체인 개발은 크게 양분됐다. 정부나 일반 기업에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른 쪽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년 전에는 블록체인 이점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블록체인 대세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IBM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하이퍼레저 패브릭에서 손을 뗐을 때 퍼블릭 블록체인의 승리가 결정됐다.
그럼 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지 못했는지, 정말 가상자산 없이는 블록체인이 유용한 기술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서비스에서 우리는 해당 서비스 운영 기관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야만 한다. 기관 정보는 기관 내부에서만 관리되기 때문에 배임, 횡령, 기만, 내부거래 등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에서는 알기 어렵다. 이에 법과 규제로 기관을 감사하도록 하고 있고, 국가는 높은 신뢰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규제를 만족하는 기관에 라이선스를 발급해 관리하고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데이터와 거래를 원장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기관 내부 거래가 투명하고, 실시간 감사가 가능하다. 이 같은 투명성은 라이선스가 없는 기관이라 하더라도 거래 결과를 믿을 수 있는 신뢰의 원천이 된다. 즉 블록체인의 유용성은 투명성에 있으며, 이에 따라 서비스는 공개된 블록체인에서 운영될 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더리움 계열 블록체인 개발자가 70% 이상인 상황에서 세계적 호환성을 위해 이더리움 계열에 맞는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이 꼭 투기성 가상자산을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없이 비용정산 기반의 서비스형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이나 고정·안정적 디지털자산 과금으로 블록체인을 운영하면 투기성 가상자산 도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읽기를 허용하는 공개 데이터 접근 측면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독려하는 것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 데이터가 공개됨으로써 생기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암호화와 영지식 증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익명 거래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세탁 문제는 감사 기능 등을 도입해 해결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데이터 공개 유무로 퍼블릭·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정의하고, 이를 가상자산 사용 여부의 블록체인 운영 정책과 분리해야 할 것이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개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한양대 공대 교수) o@zkryp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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