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현금성자산 제자리걸음...수익 개선 집중

네이버 4조·카카오 6조원 수준…올초 대형 M&A로 자산 더 줄어
M&A 대금·영업이익 하락세·임금 상승…재무구조 개선 절실
긴축 경영 돌입…이사회 보수 한도·인건비 축소 등 자구책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이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현금성 자산을 전년 대비 50% 이상 쌓아 가며 곳간을 두둑히 채워 나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7241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이다. 2021년 2조7813억원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현금화가 쉬운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하면 네이버의 지난해 실질 현금성 자산 규모는 3조9405억원에 이른다. 4조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지만 지난해 말 인수 계획을 밝힌 북미 최대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올해 초 인수를 완료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대비 크게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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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지난해 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5조9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줄어들었다. 이보다 앞서 카카오는 현금성 자산을 3년 연속 큰 폭으로 쌓아 왔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현금성 자산이 2조원대 수준이었지만 자회사들이 유치한 투자자금까지 더해지면서 2021년에는 6조8000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줄줄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초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했다. 총 인수대금은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 인수다. 이어 추가적으로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15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카카오 역시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1조원대 인수전을 벌여 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영업이익 내림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지난해 연간 매출이 각각 8조원, 7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대로 영업이익은 역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6%, 2.4% 감소했다.

양사 모두 올해 수익 개선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에 지급될 보수의 최고 한도를 약 절반 깎은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올해 연봉 인상률을 낮추고 성과급을 줄이는 등 인건비 축소에도 나서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커머스, 핀테크, 금융, 콘텐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화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올해 초 조직을 통합한 '네이버클라우드'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고 국내외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을 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B2B 시장 공략으로 수익 향상 및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도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경력직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을 앞두고 관련 절차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인력 및 임금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조 단위의 추가 '빅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 “플랫폼 업계 전체로 신규 투자와 채용 축소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표>네이버와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 현황(단기 금융상품 포함, 단위:억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네이버·카카오, 현금성자산 제자리걸음...수익 개선 집중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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