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파트 벽 부수자 400년 전 벽화 나왔다…부엌 리모델링 중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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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요크시의 한 아파트 벽 뒤에서 발견된 400년 된 벽화. 뒤가 실물이며, 앞에 루크 버드워스 씨가 든 사진은 벽화를 스캔한 것이다. 사진=루크 버드워스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인 잉글랜드 요크시의 한 아파트에서 부엌을 리모델링하던 중 400년 전 벽화가 발견돼 역사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루크 버드워스(29) 씨는 지난해 12월 집 부엌을 리모델링 업체에 맡기고 동거인, 반려견과 함께 작은 아파트에 임시로 이사했다.

그러던 중 버드워스 씨는 리모델링 업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무덤덤한 목소리로 ‘부엌 벽 뒤에 그림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나’라는 연락이었다.

전화를 받은 버드워스 씨가 현장에 갔을 때는 이미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인부들이 찍어 둔 일부 사진은 실제로 그곳에 그림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침 버드워스 씨는 리즈 대학에서 일하는 연구 자료 분석가였다. 그는 사진을 단서로 거실 반대편 벽 뒤를 따라 벽화가 이어져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품었고, 실제로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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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크 버드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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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크 버드워스

파이프 몇 개를 걷어내자 업체가 찍은 사진과 일치하는 벽화들이 있던 것이다. 천장에 닿는 부분이 조금 잘려 나갔음에도 가로 9피트(약 274cm), 세로 4피트(약 122cm) 크기를 가진 거대한 벽화였다.

요크시는 고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버드워스가 2020년 10월 산 아파트는 요크시 주요 도로 가운데 하나인 미클게이트 성벽 사이에 있다. 아래층에 카페와 서점이 있는 이 아파트는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워스 씨는 나름 역사적 고증을 통해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가 1635년에 쓴 '임블렘스' 속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벽화 속에서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사적(史跡)위원회'에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고, 위원회 측은 전문가들을 보내 현장을 살펴보고 정밀 촬영을 해 갔다. 위원회는 벽화가 그려진 때를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시들해진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

버드워스 커플은 이들 벽화 보전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이들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적위원회는 이들에게 실물 크기의 벽화 사진을 보내 실물 위에 덮어 보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적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요크시 미클게이트의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버드워스의 자택의 벽화 사진을 런던에 있는 코톨드 미술연구소 내 벽화보전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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