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청년이 너무 힘들다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사회문제의 결과입니다. 저출산 정책은 사회구조의 문제해결 의미도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합계출산율 0명대의 상황이 '뉴노멀'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출산 정책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한 반면 사망자는 17.4% 증가한 37만28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무려 12만3800명의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이다. 이미 인구는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이 연구부장은 “어느 나라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출산율은 떨어진다”며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너무 심각한 게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얼마나 낳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2명 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숫자가 나오는 데 합계출산율을 보면 낳고 싶은 만큼 못 낳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이 너무 힘든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물이므로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더불어 인구 축소기를 앞둔 상황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재의 낮은 출산율은 경제활동인구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노동 및 복지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부장은 “챗GPT에서 보여지듯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과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기술발전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높이면 총량이 감소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므로 기술발전의 힘에 적응해가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률이 낮은 고령층과 여성, 청년 인력의 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인력의 경우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므로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초등돌봄교실과 같은 정책은 질적인 부분이 담보되지 않으면 여성 고용률 향상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부장은 “무상보육이 여성 고용률 증가로 이어졌는지를 연구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며 “특히 고학력·고소득 가구일수록 무상보육을 한다고 본인의 시간 배분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이라도 보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초등돌봄에도 이같은 상황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공교육 내의 인프라와 교사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에서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 증거 기반의 연구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연구부장은 “어떤 주제를 해보자고 강요하지 않더라도 연금개혁, 건강보험 지출에 관한 연구, 노인 빈곤, 일 가정 양립 등 시의성 있는 주제를 전문성에 맞춰 연구하고 있다”며 “연구위원 개개인이 고민해 주제를 선정했을 때 생산성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