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 입찰에서 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이 1차 심사를 통과하며 이변이 연출됐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철수한다. 2위 신라와 3위 신세계가 최소 2개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향후 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업제안서 평가와 입찰가 개찰 결과 등을 합산해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를 선정했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과 DF2는 신라와 신세계가 선정됐다. 패션·부티크를 취급하는 DF3, DF4 또한 신라·신세계가 선정됐으며, 부티크를 다루는 DF5는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으로 후보가 압축됐다.
신라·신세계가 과감한 배팅으로 승기를 잡았다. 신라는 1그룹(DF1~DF2), 신세계는 2그룹(DF3~DF5)에서 최고 입찰가를 써냈다. 사업 기간이 10년(기본 5년+옵션 5년)으로 늘어난 만큼 최소 1개 이상 사업권을 따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중국 면세점에 안방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도 반영됐다. 사업권 5개에 모두 응찰한 신라·신세계는 최소 2개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롯데 탈락은 예상 밖 결과다. 롯데는 1그룹 응찰 사업자 중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했다. DF5 사업권은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현대백화점에 밀리며 탈락했다. 이번 입찰은 그룹 내 중복 낙찰이 불가능하다. 신라·신세계가 DF1~DF4에서 2개씩 사업권을 나눠 가지면 DF5는 자연스럽게 현대백화점 몫이 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보수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 같다”며 “DF5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현재 인천공항에서 패션·부티크 매장을 운영 중인 점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롯데는 지난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으로 면세점 철수가 확정됐다. 다음 사업권 입찰은 오는 2025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이 사업권을 포기하거나 2차 심사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 이상 최소 2년간 인천공항 진입은 불가능하다.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은 3조7200억원, 신라면세점 매출은 3조3400억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롯데는 인천공항에서 매년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해왔다. 향후 여객 수요 회복에 따라 인천공항 매출 비중도 커진다면 양 사 순위도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목을 끌었던 CDFG는 인천공항 입성에 실패했다. 낮은 입찰가와 미비한 사업제안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공격적인 배팅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 보니 고객 데이터, 트렌드 분석 등 사업제안서 세밀함도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에 주어지는 DF8과 DF9 사업권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면세점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 관세청은 해당 사업자를 대상으로 특허 심사를 시행해 최종 사업자를 인천공항공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