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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미션 우주복을 입고 있는 데이비드 스코트 우주비행사(왼쪽)와 아르테미스 미션 우주복 시제품.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액시엄스페이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반세기만에 재기하는 유인 달 탐사 임무에 투입될 새로운 우주복이 베일을 벗었다.

15일(현지시간) 나사는 텍사스 휴스턴의 존슨 우주센터에서 우주관광기업 액시엄 스페이스가 제작한 차세대 우주복 ‘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를 공개했다.

2025년 인류를 다시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3호’에서 사용될 우주복의 시제품이다. 우주인들은 이 완성본을 입고 달의 남극을 탐사하며 ‘문 워킹’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나사는 우주복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4억 2000만 달러(약 5480억원)를 지출했지만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고 민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사업을 액시엄 스페이스가 2억 2850만달러(약 3000억원)에 수주해 이번 우주복을 만들어냈다. 소유권은 액시엄 스페이스가 가지고, 이를 나사가 빌려쓰는 ‘뉴스페이스’ 방식으로 공급한다.

◇ 기존 남성 전용에서 탈피…남녀 90% 몸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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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미션 우주비행사 후보 퍼스트클래스 졸업생.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새롭게 공개한 우주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녀공용’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이들은 단 12명, 모두 백인 남성이다. 때문에 당시의 우주복 역시 이들의 신체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반면 이번 우주복은 미국 남성과 여성 90%가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제작됐다. 이는 나사의 다양성 확보 일환이다.

나사는 본격 달 탐사를 시작하는 2025년 ‘아르테미스 3호’ 발사 비행을 통해 여성과 비 백인을 포함한 달의 남극으로 보낼 계획이다. 총 4명의 우주인이 아르테미스 3호에 탑승하지만, 달 착륙은 2명만이 한다.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 정거장까지 간 뒤에, 2명만이 스페이스X의 스타십으로 갈아타 달 표면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나사가 완전히 새로운 우주복을 선보인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나사는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여성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흐와 앤 맥클레인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우주비행선 발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여성 우주비행사 2명에게 제공할 우주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맥클레인 대신 남성 우주비행사인 닉 헤이그를 파견한 바 있다.

◇ 25kg 가벼워지고 활동성 높여…지구에서도 앉았다 일어나기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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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스타인 액시엄 스페이스 수석디자이너가 신형 우주복을 입고 앉았다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유튜브 캡처

달 표면에 최초로 발을 디딘 아폴로11호 승무원들의 영상을 보면 달 표면을 콩콩 뛰어다니고, 물건을 집기 위해 장난감 레고처럼 팔을 뻗는 등 움직임이 매우 뻣뻣한데, 이 귀여운(?) 움직임은 활동성 때문에 나온 것이다.

1960~1970년대 아폴로 우주복은 부피가 커서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우주복은 아폴로 때보다 무게를 25kg 줄인 55kg으로 가볍게 제작돼 활동성을 높였다.

또한 액시엄 스페이스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제작한 특수 부품과, 레이저 커터를 사용한 커팅으로 우주인이 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발표 현장에서 짐 스타인 액시엄 스페이스 수석디자이너가 신형 우주복을 입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주인들은 이 우주복을 한 번 입으면 최대 8시간까지 활동할 수 있다. 등에 메는 배낭에는 생명 유지 장치가 들어 있으며, 산소통과 자동 냉난방 에어컨이 합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더 넓어진 시야의 헬멧과 극한 기후도 버틸 수 있는 소재의 우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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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3호부터 사용될 신형 우주복. 사진=액시엄스페이스

헬멧은 더 넓고 밝아졌다. 헬멧 양쪽에는 고성능 헤드라이트와 HD 카메라가 있어 아폴로도보다 더 넓어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러셀 랄스턴 액시엄 스페이스 탐사 팀장은 “헤드라이트는 그늘진 달 남극 지역에서 우주인들이 우주 유영을 할 때 시야를 더 좋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우주복은 우주복의 필수 조건인 산소 공급에 신중히 설계했다.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우주비행사의 폐가 급격히 팽창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복은 여러겹으로 구성됐다. 가장 내부에는 풍선처럼 우주복 안에 공기를 잡아주는 층과 모양을 잡아주는 층이 있다. 여기에 온도 변화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단열층이 또 한 겹 있으며, 찢김이나 먼지를 막아주는 외피가 있다.

영하 210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는 달 표면 그늘 지역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부츠도 제작했다.

◇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우주복의 공통점 ‘흰색’, ‘기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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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현재는 시제품으로, 기술력이 들어간 독점적인 부품을 숨기기 위해 어두운 남색 바탕의 외피를 덧씌웠다. 우주복 곳곳에 들어간 액시엄 스페이스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짙은 회색 포인트 역시 최종본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실제 우주복은 아폴로 미션에 사용된 것과 같은 흰색이다. 햇빛 반사율이 높은 흰색으로 우주복외피를 제작해야 대기가 없는 달 표면에서 뜨거운 태양빛을 반사하고 고온으로부터 우주인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우주복 내부의 기저귀도 달라지지 않는다. 랄스턴 팀장은 “여전히 우주복에서 기저귀를 사용한다”며 “때로는 단순함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