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치인이 자신의 귀에 스파게티면을 걸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시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가 법적 처벌 위기에 놓였다. 국수를 건다는 것은 상대가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문제는 미하일 압달킨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는 자신의 모습을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콘탁테(VK)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국정연설을 통해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등의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고, 양국의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기로 한 협정이다.
영상 속 압달킨 의원은 귀에 스파게티 면을 걸고 이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영상을 올리고 얼마 뒤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난 23년 간 들어본 연설 중 최고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하지만 러시아 속담 ‘귀에 국수를 걸다’는 상대가 속임수를 쓰거나 청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때 쓰는 말이다.
이에 압달킨 의원이 귀에 스파게티 면을 걸어 놓은 모습을 보여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질타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며 온라인에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러시아 공산당 의원들은 “러시아 정치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 같다”며 압달킨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압달킨 의원은 오는 7일(현지시간)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지방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