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위 넘어 세계 10위대 이름 올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자율주행기술 종합순위에서 대한민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3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2018년 현대차 출신 자율주행 엔지니어 4명(한지형 대표, 오영철·유병용·허명선 이사)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32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며 가장 긴 26만4250㎞의 자율주행 거리를 달성했다.
가이드하우스(구 내비건트 리서치)는 매출액 규모가 7조원이 넘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다. 2017년부터 18~20개월 주기로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들의 기술 순위를 평가해 자율주행 리더보드를 발표한다. 리더보드는 비전과 시장 진출 전략, 파트너, 생산 전략, 기술력, 판매·마케팅·유통, 시장 리딩력, 연구개발(R&D) 프로세스, 제품 포트폴리오, 지속 가능성 등 10가지 기준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이번 순위에서 대한민국 기업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2019년 현대차가 15위를 기록한 이후 대한민국 기업은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와 앱티브가 합작한 미국 기업 모셔널만 순위에 올랐다.
순위에 오른 업체들의 기업가치는 모두 1조원 이상이며 누적 투자 금액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한다. 구글과 인텔, GM 등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이거나 파트너사인 기업이 대다수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기업가치 660억원, 누적 투자금액 181억원으로 13위 진입은 이례적 성과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가이드하우스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 대해 “대기업이나 파트너사 없이 정부 주도 R&D 사업과 실증사업들을 집중 공략하며 자체적 생존력을 구축하고, 정부 정책과 발맞추어 나아가는 전략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자율주행차는 웨이모, 크루즈 등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긴 거리, 높은 속도, 어려운 구간에서 운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투자나 파트너사가 연계된다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 이어 LG·BMW가 주요 투자사인 메이 모빌리티, 10조원 기업가치의 데카콘 기업인 포니 AI, 830조원 시총의 테슬라가 순위권에 포함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전략 점수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는 오토엑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토엑스는 중국에서만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며 중국의 웨이모라 불리는 거대 기업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이번 순위 평가에서 진입한 배경에는 상용화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의 자율주행이 3~5㎞ 내외의 짧은 구간, 제한된 지역 내 체험 수준에 그치는 반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량들이 혼재된 30~50㎞ 공공도로에서 운행하는 실제 대중교통과 같은 수준이다. 일평균 자율주행 거리만 500㎞ 이상에 이른다. 매일 서울~부산 거리의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운행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안전보고서(VSSA) 승인을 받았고, 싱가포르 국가 주도 스마트인프라 프로젝트 COSMO(COnnected Smart MObility)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글로벌 성과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영철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사는 “가이드하우스 자율주행기술 순위 진입은 회사 기술력을 인정받은 동시에 비전과 기술개발 방향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해준 의미 있는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자율주행 1위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한지형 대표는 “자율주행기술 개발혁신사업 등 다양한 국가지원정책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정부와 관계기관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국토교통부 주관 모빌리티 혁신 포럼에서 자율주행 분과장 역할과 자율주행 국제협력사업 참여,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한국-이스라엘 스마트모빌리티 사절단 참여 등을 통해 더 많은 대한민국 기업이 자율주행 원 팀 코리아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