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덕산 회장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곧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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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자서전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를 들고 기념 촬영했다.

'천지지대덕왈생(天地之大德曰生)'

주역에 나오는 문구로 '세상 천지에 가장 큰 덕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의미다.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제일 먼저 내세워야 할 덕목으로 손꼽은 말이다.

이 회장은 “구태 답습이 아닌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것, 개발하는 것,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것이 기술 혁신”이라며 “이를 경영 주요 모토로 여기고 늘 추구해왔다”고 힘줘 말했다.

이 회장은 1999년 덕산하이메탈 창업을 시작해 20년 이상 국내 대표 소재 그룹인 '덕산'을 이끌어온 벤처 1세대다. 반도체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솔더볼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했다. 솔더볼은 칩과 기판을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 소재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 등 외산에만 의존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끝에 솔더볼 국산화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동시에 열악한 우리나라 소재 산업에 대한 상심도 컸다. 당시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이 휴대전화, TV, 가전, PC 등 완제품을 생산했지만 소재와 부품은 고가로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상품을 팔더라도 결국 이익을 보는 건 외국 기업이라는 것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덕산그룹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의 덕산'이라는 말은 이때 탄생했다. 소재 산업이 튼튼하지 않다면 전자·정보기술(IT) 경쟁력 역시 모래 위의 성이라고 판단했다. 제조업의 밑바탕인 소재를 국산화해 나라에 이바지하고자하는 사명감도 컸다. 나라를 바로 세운다라는 '입국(立國)'에 덕산이 소재 분야 만큼 중추 역할을 맡겠다는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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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덕산하이메탈에서 열린 유하푸른재단 제6기 장학금 수여식에서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가운데 앞쪽)와 신규 장학생이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방법은 단순하고 상식적이다. 이 회장은 “혁신이다. 지금까지도 벤처 정신과 거기에 입각한 도전과 끊임 없는 혁신을 앞세워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임직원 노력 끝에 덕산은 내로라하는 소재 전문 그룹으로 도약했다. 덕산하이메탈은 세계 솔더볼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 첨병 역할을 맡은 덕산네오룩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이차전지 소재 등을 담당하는 덕산테코피아 등 상장 3개사는 합계 시가총액 2조원에 달한다. 덕산산업과 갈바텍 등 이 회장이 초창기 영위했던 사업에 벤처기업 전문 투자기업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까지 명실공히 우리나라 중견 그룹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덕산넵코어스를 인수, 우주항공 분야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다. 모두 4차산업혁명 대표 산업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로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벤처 정신이 후배 기업이들의 혁신 경영에 도움이 되길 원해 최근 자서전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를 집필했다. 이 회장은 “젊은 창업가와 벤처 사업가 어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 나의 경험과 경영 스토리, 소신과 철학 등을 담았다”며 “하나의 경영 지침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후배들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도 선배 벤처기업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사재를 출연해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총 100여명에게 7억3000만원 장학금을 수여했다. 지난 24일에도 덕산하이메탈 본사에서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최근 동계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29명에게 등록금 1억원을 전액 지원했다.

2021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300억원을 기부한 것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울산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다. 대학이 단순히 연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사업화를 통해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준호 회장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삼인행필유아사, 논어)이 있다”며 “나보다 빠른 사람을 볼 때 배우고, 또 늦은 사람을 볼때도 반면교사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움을 느꼈으면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천하는 용기와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세월이 흐른 후에도 차별성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울산=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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