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탄소감축 정책을 펼친다. 규제보다는 기술개발(R&D)과 세제·금융 지원에 방점을 두고 2050년까지 탄소 다배출 4대 업종 온실가스 1억2000만톤을 감축하는 '탄소중립 R&D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대표 기업들과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탄소중립 기술개발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탄소저감 기술 확보 △투자 촉진 △규제 개선을 골자로 하는 '산업 부문 탄소중립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해 통과한 '4대 업종 탄소중립 기술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2030년까지 8년간 9352억원을 투자해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72%(1억9000만톤)를 차지하는 화학, 철강,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4대 업종 생산공정의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2050년까지 배출량 절반이 넘는 약 1억2000만톤 온실가스 감축이 목표다.
정부와 산업계는 개발기술을 즉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전체 예산 80%를 실증사업과 연계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대표적으로 나프타 전기분해로(화학)를 개발해 톤급으로 상용화하고 수소환원제철(철강)도 연 300만톤급으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컬 부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등 업종별 협회장 및 주요 기업 대표들은 '탄소중립 기술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부는 기술개발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사업화에 필요한 세제·금융지원 및 규제 개선 등도 패키지로 지원한다.
민간 현금 매칭 비율을 기존 대비 4분의 1로 낮춰 민간의 실증 부지·설비 등에 대한 현물투자 부담을 완화했다. 한정된 전문 연구자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참여 과제 수 제한도 없앤다. 필요시에는 현재 책임수행 3개 이내, 참여 5개 이내인 연구자 동시수행 과제도 상향한다.
또 이달부터 철강 단조·압연공정 등 13개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에 추가해 투자세액 공제도 확대한다. 지난해 정부는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48개 기술을 투자세액 감면 대상으로 포함한 바 있다.
탄소저감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부의 탄소중립 선도 프로젝트 특별융자(1470억원), 수출입은행의 저탄소 산업구조 촉진프로그램(3조5000억원) 등 정책금융과 산업부의 탄소중립 기술펀드(1000억원) 등도 운영한다.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규제 해소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새로운 친환경제품에 대한 품질기준이나 신기술의 탄소감축 인정체계를 수립한다. 또 탄소중립 기술 국가표준을 100종 개발하고,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 선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탄소중립의 기술적·경제적 실현 가능성에 입각해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NDC 이행이 우리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규제 대신 인센티브를 통한 탄소감축 △유연하고 탄력적인 이행 계획 수립 △정부와 민간의 공동노력 등 3대 원칙 하에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